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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진은 말한다] 예술가 부부, 1995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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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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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포도주를 취재하기 위해 남부 포도밭을 며칠간 돌다가 파리에 도착한 날, 동행했던 기자가 윤정희·백건우 씨 부부를 한번 만나 보자고 하는 바람에 출발했다. 몽마르트르 역에서 나오니 백건우 씨가 편안한 차림으로 반겨주었다. 부부는 15평 정도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번쩍거리는 가구가 하나도 없었다. 예술가 부부가 너무나 검소하게 살고 있어서 놀랐다. 천장이 높아서 백건우 씨가 직접 만든 2층의 조그만 서고는 책보다도 세계 각국의 영화 비디오 필름이 꽉 차 있었다. 윤정희 씨는 만날 때부터 남편이 영화에 대한 지식이 자신보다 깊어서 대화가 술술 이어졌다고 했다.

기자가 한국처럼 아파트에서 피아노를 칠 때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신경을 쓰지 않느냐고 하니 이웃들이 음악 감상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반대로 피아노를 안 칠 때 오히려 '요즘 왜 피아노를 안 치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당시 행복했던 윤정희 씨는 51세, 백건우 씨는 49세였는데 24년 시간이 흐른 후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로 고생한다고 알려졌다. 인간의 행복은 영원할 것 같지만 너무나 짧은 것 같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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