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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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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 중상주의 접근은 한계… 특정국 편애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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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아세안 30년, 메콩 시대가 열린다]

<6회ㆍ끝> 친메콩 촘촘한 플랜 짤 때

“新남방은 새롭지 않고 일관성 없는 정책” 부정 평가

베트남 교역이 절반 차지 “육지연결 메콩 지역, 하나로 봐야”
한국일보

11월 초 아세안정상회의 및 관련 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 임팩트컨벤션센터에서 각국 참석자들이 회의장 주변을 걷고 있다. 25~27일 부산에선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한ㆍ메콩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방콕 회담에 이어 20여일 만에 부산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방콕=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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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최종적으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메콩 지역 국가들을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 9월 2일. 동남아를 연구하던 학계와 아세안 지역 외교가는 발칵 뒤집혔다. 여의도 국회에 있던 한 야당 최고위원이 뱉은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데 대통령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로 갔다. 더 웃긴 것은 거기서 (최첨단) 4차산업을 논한다는 것이다. 삶은 소 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미얀마 유학생 10여명을 두고 있는 부산의 한 대학 교수는 “동남아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 보여도 이야기를 나눠 보면 우리 머리 꼭대기에 있다”라며 해당 국회의원 말에 혀를 찼고, 메콩 지역을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한 교수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 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아세안 외교, 초당적 협력 필요

‘신남방정책’으로 보다 구체화 된 우리 정부의 동남아 정책은 사실 지금까지 정파를 초월해 이뤄져 왔다. 1983년 미얀마에서 일어난 ‘아웅산 테러’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동남아를 포함하는 아시아태평양 협의체 구성을 위한 지지를 얻기 위해 나선 동남아 순방길에 발생한 사건이다. 또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 한복판에 설치된 한ㆍ아세안센터는 2007년 필리핀 세부 한ㆍ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약속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한ㆍ아세안센터 관계자는 “이후 박근혜 대통령 시절을 거치면서 센터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연 아세안문화원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들과 한 약속에 따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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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엠레아프의 유명 관광지 앙코르와트에 있는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도로’ 기념 표지판. 2012년 완공됐지만 사후 관리 소홀로 기념비 주변에 잡목과 쓰레기가 수북하다. 양국 국기 문양의 금속판은 모두 떨어져 나갔고, 도로 곳곳은 움푹 패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구간도 있다. 신남방정책 활성화를 위해 메콩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으나 이처럼 관리가 부실해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엠레아프=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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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외교가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따라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부분대화 관계 수립도 사실 ‘구애’ 수준으로 매달린 결과”라고 회고했다. 대화관계 수립 30년을 맞아 이뤄지는 제3차 한ㆍ아세안 정상회의, 그에 이어 처음으로 열리는 한ㆍ메콩 정상회의가 30여년간 당파를 초월해 이뤄진 외교노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한국연구원(KRI)의 권승호 원장은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내건, 해외에서 보더라도 한국의 위상에 부합하는 최초의 정책”이라고 신남방정책을 평가하면서 “정부가 바뀌더라도 이름을 유지하면서 지속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중상주의’ 우려 인지 필요

우리 정부가 2년 전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평화(Peace),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등 ‘3P’를 바탕으로 ‘사람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지향점으로 내걸었지만, 동남아 현지에서 느껴지는 이 정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인도차이나 지국장을 맡고 있는 탄 후이 기자는 “들어보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신남방정책 천명 이후 우리 정부는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를 국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고, 베트남 등 각국 공관 인력을 늘리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다른 전문가들을 만나도 대체로 반복되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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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하리 카시우칸 전 싱가포르 외교부 차관.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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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중상주의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빌라하리 카우시칸 전 싱가포르 외교차관은 지난 8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가 주최한 한 강연에서 “한국의 정책이 가장 일관성(coherent)이 가장 낮다”라며 신남방정책에 낮은 점수를 줬다.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주요국들의 대(對) 아세안-인도 정책을 열거한 뒤 마지막으로 한국 정책을 평가하면서 붙인 설명이다. 특히, 그는 “오래전부터 많은 한국 기업이 이 지역에 진출해 있었던 만큼 ‘신’남방정책으로 이름 붙었지만 전혀 새롭지 않고, (한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혹독한 대응에 따른 동남아 이전”이라며 “아세안과 인도에 대한 접근은 전략적이라기 보다는 상업성, 거래의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동남아 진출 기업들의 중상주의 표방은 부정할 수 없다. 김홍구 부산외대 동남아창의융합부 교수는 “많은 지역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소식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동남아로 간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경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포장을 좀 달리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일본 상품이 동남아를 휩쓸던 상황에서 1970년대 중반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총리가 일본의 고도성장에 맞춰 동남아를 돌며 자원외교까지 펼치자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서 반일(反日) 폭동이 일어난 바 있다. 일본은 일본-아세안간 신뢰구축, 상호이해에 기초한 평등관계 양성 등으로 요약되는 후쿠다 독트린(1977년)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우리의 신남방정책이 ‘돈벌이’로 비춰질 경우 마주할지 모를 상황으로 반면교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신남방’ 아닌 ‘신베트남 정책’?

대 아세안 정책으로서 신남방정책과 함께, 이번에 처음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메콩 지역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법이 요구된다. 특히 태국을 제외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메콩 국가들은 다른 아세안 회원국들에 비해 큰 개발격차를 보이는 나라들이지만, 한국과의 교역이나 투자가 베트남으로 집중돼, ‘편애’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한국의 아세안 진출 기업 649개 중, 70% 수준인 433개가 베트남에 둥지를 틀었고, 아세안 10개국 한국인 방문객 절반 수준이 베트남으로 도착했다. 교역량에 있어서도 이러한 편중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아세안 전체 교역량 중 42.7%를 차지했던 한국-베트남 교역액은 올해 지난 8월 말 기준 455억9,000달러 수준으로 그 비중이 45%로 높아졌다. KOTRA 방콕 무역관 관계자는 “신남방정책이 아니라 신베트남정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메콩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선 이들 나라를 하나의 판 또는 덩어리로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은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상주의적인 우리만의 번영보다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집중된 메콩 지역의 경우 사람과 평화가 더욱 강조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아세안에 대한 근거 없는 우월의식 불식과 그들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콕ㆍ양곤ㆍ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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