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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DLF규제 강화안 발표... 투자자 보호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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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사모펀드’ 은행 판매 금지… 최소 투자액 3억으로 상향 / 원금손실 가능성 20∼30%↑땐 제한 / 고령투자자 기준 만70세→만65세 / 소액투자 공모·재간접 펀드 유도 / 형식적 녹취·숙려제도 대폭 강화 / 고난도투자상품 개념 새롭게 도입 / 징벌적 과징금 부과하는 ‘금소법’ / 국회 계류… 실질적 보호는 한계

세계일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앞으로 은행에서 손실 가능성이 높은 파생상품 결합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1억원부터 할 수 있었던 사모펀드 투자 기준은 내년부터 3억원 이상으로 훌쩍 높아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무더기 손실이 난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14일 발표했다.

◆투자자 보호 어떻게 강화되나

금융당국은 이번에 문제가 된 DLF가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된 점, 은행에서 주로 고령의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된 점을 지적했다. 이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작동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 금융당국은 공모펀드 판단 기준을 강화해 기초자산과 손익구조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 공모펀드로 판단하기로 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도 도입했다. 파생상품이 결합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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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은행과 보험사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중 사모펀드와 신탁상품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은행은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특성을 지닌 만큼 투자자를 오인시킬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의 판매는 자제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고난도 공모펀드의 판매는 허용해 은행을 공모펀드 중심 판매채널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 판매될 때 공모와 사모 구분 없이 모든 투자자에게 녹취 의무, 숙려기간이 부여된다. 고령투자자 등 취약투자자에게는 투자상품의 난이도나 유형에 관계없이 모든 금융투자상품에 녹취와 숙려제도가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고령투자자와 부적합투자자가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할 때만 녹취 의무와 숙려기간이 적용됐다. 고령투자자 요건도 만 70세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범위가 넓어져 약 237만명이 추가로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녹취는 지금껏 형식적으로 이뤄오던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투자자·판매직원 모두 자필 또는 육성으로 진술하는 절차만 인정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는 녹취 자료를 포함한 모든 판매 관련 자료를 10년간 보관하고 투자자가 요청할 경우 이를 즉시 제출해야 한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최소투자금액은 1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올렸다. 위험감수능력이 충분히 있는 투자자가 자기책임 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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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할 때) 제일 마지막까지 고민한 부분이 최소투자금액 1억원이냐, 3억원이냐 부분”이라며 “1억원에서 3억원 사이의 분들은 공모펀드나 재간접펀드로 끌어들이고 사모펀드는 처음에 했던 대로 책임 있는, 능력 있는 분들이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최소투자금액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과 별도로 오는 21일부터는 현행보다 기준이 완화된 새로운 개인전문투자자 기준도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1년 이상 계좌를 유지한 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000만원 이상이고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이거나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이면 개인전문투자자에 해당된다.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이어야 했던 현행 기준이 크게 낮아지는 만큼 당국은 핵심설명서 교부 의무화, 설명의무 강화 등을 통해 개인전문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사 책임·감독 강화 조치도 병행

금융사의 책임과 감독을 강화하는 조치도 시행된다.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내부통제에 관한 경영진의 관리의무를 부여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을 제재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최고경영자(CEO)와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 등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심각한 불완전판매의 경우 금융사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도 추진한다.

당국은 투자자 보호 조치의 경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금융투자협회 규정 마련 및 개정 등을 통해 내년 1분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사의 책임과 감독을 강화하는 조치 대부분은 향후 실제 적용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회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2011년 처음 발의된 뒤 9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금융사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하고 내부통제 규율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역시 국회 계류 중이다.

한편 금감원은 다음 달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현재까지 접수된 268건 중 손실이 확정된 대표적인 사례 위주로 불완전판매 판단과 배상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하나은행의 해외금리연계 DLF 총 판매잔액은 지난 8월 7일 기준 7950억원이다. 대부분 9~10월 중 손실을 냈으며 평균 손실률은 52.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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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DLF·DLS 피해자 비대위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3분기 고위험 파생결합증권 발행 급감

올해 3분기 원금 비보장형 고위험성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규모가 급감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파생결합펀드(DLF) 대란’의 영향으로 보인다. 은행에서 판매한 DLF가 해외금리와 연계된 원금 비보장형 DLS를 펀드에 담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원금비보장형 DLS 발행금액이 3조7488억원으로 2분기보다 37.1% 급감했다. 원금비보장형 DLS 발행금액은 올해 1분기 4조1277억원에서 2분기 5조9556억원으로 44.3% 증가했다가 3분기 급감했다. 발행 건수도 1분기 871건에서 2분기 1063건으로 늘었다가 3분기에는 833건으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 DLF 대란과 관련된 금리연계형 DLS는 3분기 발행금액 141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1.9% 감소했다.

원금비보장형 중 신용연계 DLS 3분기 발행금액은 1조3889억원으로 2분기보다 45.4% 감소했고, 상품연계형은 5249억원으로 7.9% 줄었다.

3분기 들어 금리연계형 상품의 감소 폭이 커진 것은 지난 7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해외금리 연계형 DLS를 펀드로 담아 판 원금비보장형 DLF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DLF는 물론 금리연계 DLS 상품에 대한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보통 금융투자상품 위험등급은 초고위험(1등급), 고위험(2등급), 중위험(3등급), 저위험(4등급), 초저위험(5등급) 등 5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중 원금이 보장되는 DLS는 4∼5등급이지만, 원금비보장형은 1∼2등급에 속한다.

원금비보장 상품은 원금보장형 상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금이 손실될 가능성도 있다.

원금비보장성 DLS와 반대로 같은 분기 원금보장형 DLS 발행금액은 2조6385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6% 늘어났다. 향후에도 DLS 발행은 원금비보장성 상품보다는 원금보장성 상품이 증가할 전망이다.

D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과 달리 금리, 신용, 원자재,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정해진 구간에 머무르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지만, 정해진 구간을 벗어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백소용·이희진·김범수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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