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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혼밥족 넘어 ‘혼사족’…셀프사진관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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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사족 “남들이 아는 나 대신 진짜 나를 찍고 싶다”

과장된 셀카와는 달라…“사진을 찍다가 80% 정도는 눈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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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악기 생황을 손에 든 한지수(25)씨가 홀로 13.2㎡(4평) 크기 스튜디오의 거울 앞에 섰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내놓고 직접 쓴 퓨전 국악곡을 튼 한씨는 거울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내 조명이 번쩍이더니 한씨를 둘러싼 모니터에 연주하는 한씨의 사진이 떠올랐다. 사진작가는 보이지 않았다. 사진의 구도를 잡은 것도, 원하는 순간 리모컨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른 것도 한씨 자신이었다.

‘나홀로’가 편한 젊은층 사이에서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 혼술족(혼자 술 마시는 사람)에 이어 혼자 사진을 찍는 ‘혼사족’이 뜨고 있다. 사진사 없이 사진 찍는 공간을 빌려, 자신이 준비한 소품 등으로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이미 ‘셀프사진관’을 제공하는 스튜디오가 서울에만 10곳 가까이 생겨나고 있다.

연주회 때문에 여러 차례 프로필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 한씨도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한 셀프사진관을 찾았다. 이미 비싼 돈을 받고 전문가가 찍어준 사진이 있었지만, 사진사가 요구하는 천편일률적인 모습 대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끌어낼 수 있는 사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남에게 보여지는 저 자신과 내면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있으니까 주어진 시간 동안 뭐든 마음대로 해볼 수 있더라고요.”

한겨레

지난 7월 문을 연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셀프사진관 ‘사진온실’은 한쪽 벽면을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하프미러’로 만들었다. 결과물은 즉시 확인할 수 있지만, 카메라는 거울 뒤에 숨겨져 있어 ‘피사체’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린다. 이용자들은 20분에 8만원을 내고 80~120장의 사진을 찍는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이달만 예약이 40건 넘게 잡혔다. 4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편이다. 이 사진관의 대표 이상재 작가는 “기성 사진관에선 찍는 주체가 사진가여서 찍히는 이의 본질을 담아내기 쉽지 않다.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보는 순간의 자연스러운 표정이 오히려 진실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셀프사진관을 이용해본 이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카메라가 아닌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과장된 필터로 본모습을 왜곡하는 ‘셀카’와도 다르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셀프사진관을 운영하는 김현식 ‘물나무사진관’ 대표는 “사진을 찍다가 80% 정도는 운다. 거울을 보면서 셔터를 누르기까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셀프사진관에서 취미인 발레를 하는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레이터 이수지(26)씨도 예쁜 사진을 찍으려 사진관을 찾았다가,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전문가가 찍어주는 사진이 더 예쁘지 않을까 불안했어요. 하지만 포즈를 더 잘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보단 정확한 포즈, 완벽하게 예쁜 모습이 아니어도 저 자신의 편안한 모습을 담을 수 있었어요.”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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