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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화산이류와 아르메로의 비극(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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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화산 폭발의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화산이류, 즉 화산 열기에 녹은 만년설의 물이 화산재, 바위 등을 휩쓸며 마을을 덮치는 급류다. 사진은 1982년 인도네시아 갈룽궁 화산이류. volcano.s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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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1월 13일 밤 9시, 남미 콜롬비아의 네바도델루이스(Nevado del Ruiz, 해발 5,321m) 화산이 폭발, 동쪽으로 448km가량 떨어진 아르메로(Armero) 마을 주민의 4분의 3가량인 2만1,000여명이 숨졌다. 화산재와 용암이 화산 열기에 녹은 만년설의 물과 함께 산록의 바위와 돌 등을 휩쓸며 급류처럼 흘러내리는 화산 이류( 流ᆞ쇄설류)에 당한 거였다. 참변 당시 화산 이류 속도는 시속 30km에 달했다.

수도 보고타 북서쪽 약 130km 거리의 네바도델루이스 성층 화산은 근 70년 동안 위협적인 휴화산 상태로 존재했다. 그보다 꼭 1년 전인 84년 11월, 지진 활동 등 이상 징후가 처음 관측됐다. 수증기와 이산화황 성분의 분기 활동도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분출 가스의 온도는 섭씨 600도까지 솟았고, 인근 온천수의 마그네슘과 칼슘, 칼륨 함량이 급격히 높아졌다. 용암 영향이었다. 국제지진학계와 콜롬비아 재해 당국은 당연히 추이에 주목했다.

85년 9월 지진과 수증기 폭발이 관측됐다. 당국은 재난 예상 지역 지도를 만들고 주민 대피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결과적으로 부실했다. 이류의 위력을 너무 가볍게 여긴 거였다. 화산 폭발 직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와 정전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참사 당일 오후 3시 무렵 검은 화산재 폭발이 시작됐다가 5시 무렵 잠잠해졌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침착하게 집안에 머물라”고 알렸으며, 화산재 폭발이 저녁 7시 무렵 재개된 뒤에야 대피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전 사태로 아르메로 주민들에게 그 소식은 제때 전달되지 못했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천둥소리에 섞여 화산 폭발음을 제대로 듣지 못해 주민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화산 이류의 첫 ‘쓰나미’는 밤 11시30분 무렵 아르메로를 덮쳤다. 이후 3차례의 대형 이류가 잇달아 덮쳤다. 파도로 치면 높이 최대 30m, 최고 속도는 초속 12m에 달했다. 마을 면적의 약 85%가 이류에 덮였다. 인근 12개 마을에서도 2,000여명(총 2만3,000여명)이 숨졌고, 5,000여 명이 부상 당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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