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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트럼프 복심 밀리 “미국인들 주한미군 왜 필요한지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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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겨냥 지소미아·방위비 압박

군 수뇌부 미군 감축 이례적 언급

미국내 주한미군 필요성 설득 위해

한국이 성의 보이라는 메시지

한국 오기 전날 일본서 아베 면담

“지소미아 만료 전 해결하고 싶어”

중앙일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1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밀리 의장은 ’지소미아 시한 만료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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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종전 후 동북아 질서를 지탱해왔던 한·미 군사동맹이 기로에 섰다. 미군 최고 수뇌부가 금단의 의제였던 주한미군 카드를 공식화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11일(현지시간) “보통(average) 미국인들은 한·일 두 나라로 미군을 전방에 파견한 것을 보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며 “왜 그들이 거기 필요하며, 얼마나 비용이 드나, 그들은 매우 부자이고 부유한 나라인데 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느냐”고 말했다. 밀리 의장은 일본으로 향한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게 미국 중산층의 전형적인 질문”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병력 철수를 제안한 첫 대통령이 아니다”고 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도 미군 철수를 주장했음을 환기시킨 것이다.

“부자 한국·일본 왜 스스로 방어 못하나”

워싱턴 펜타곤(국방부)에서 밀리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람으로 통한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센터장은 “밀리 의장은 비즈니스 감각이 있는 장군으로 유명하며, 트럼프의 복심”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뜻’을 밀어붙일 최적의 군 인사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의 반대에도 밀리를 합참의장에 지명했다. 밀리의 취임식에선 “당신은 내 친구, 조언자다. 이 직책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칭찬했다.

그간 주한미군 철수·감축 논의는 미 행정부 바깥의 얘기였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부 비주류 연구자들의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하지만 13일 한국을 찾는 밀리 의장이 ‘트럼프가 처음이 아니다’고 공언한 건 주한미군이 이젠 절대 상수가 아님을 알리는 예고편이다.

트럼프 행정부 등장 후 주한미군 카드는 미 행정부 내부로 확산하고 있다. 이번에 펜타곤 수뇌부가 대놓고 주한미군을 거론한 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과 함께 향후 해외주둔 미군의 축소와 재배치를 포함하는 전략적 변화가 그 이면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치인들의 압박 발언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한미군 카드는 미 국무부로도 번졌다. 이달 초 방한에 앞서 일본을 찾은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를 접한 익명의 소식통은 “그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꺼내지 않으면 한국을 움직일 수 없다’고 잘라 말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펜타곤 내 정무직 고위 관리 등이 주한미군 카드를 꺼내는 걸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차관보가 누르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얘기가 국무부로 번진 건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밀리 의장은 주한미군과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할 일을 적시했다. 그는 종료(22일 자정)를 앞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 “한·일 두 나라가 2016년 체결한 지소미아는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위한 핵심”이라며 “두 나라가 이를 연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이 다툴 때 이득을 보는 나라가 북한과 중국”이라며 “동맹 내부의 마찰은 공통의 가치와 전망, 안보적 필요성 등 공유하는 게 많은 나라 간에 우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12일 일본을 방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한 뒤에도 “지소미아 시한 만료 전에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we want to resolve that issue before it expires)”고 말했다. 밀리 의장은 ‘지소미아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금 (논의)했다. 내일 한국에 가는데, 그곳에서도 협의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해결책을)찾아낼 것이다.어떻게 될지 보자”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도 만났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모테기 외상이 “한·미·일이 제대로 발을 맞추지 못하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 이득이 된다”고 하자 밀리 의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미·일에 한국까지 더해지는 형태로 연계의 강력함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 측에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밀리 의장과 박한기 합참의장, 마자키 고지 일본 통합막료장 등 3국 합참의장 회담이 이번 주 열린다고 전했다. 3국 군사 수뇌부가 만나서 할 담판은 지소미아밖에 없다.

15일 한·미, 16~19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

밀리 의장은 일본행 비행기에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군 지도자들이 파병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려면 그 만큼 상응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가 참석하는 14일 한·미군사위원회(MCM) 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거론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밀리 의장이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면서 주한미군을 지렛대로 쓸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해석했다.

밀리 의장에 이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14일 방한해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연다. 제임스 김 센터장은 “미국이 한·일을 중재하기보다는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교도통신은 이날 정경두 국방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오는 16~19일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맞춰 회담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워싱턴=정효식, 도쿄=서승욱 특파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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