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만찬을 하기에 앞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인사하며 악수하고 있다. [MBN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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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만에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선 연말 정국에 최대 쟁점인 선거제 개혁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 등 논의 과정에서 한국당이 배제됐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고성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만찬 회동에서 황 대표는 선거제 개혁안과 관련해 "선거제 패스트트랙은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들은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협상회의 실무회의 등 논의를 할 수 있는 여러 단위가 있는데 한국당이 한 번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선거제 개혁안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
황 대표가 계속해서 강한 유감을 표하자 손 대표가 직격탄을 날렸다. 손 대표는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고, 황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고 맞받으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들었다 내리는 제스처를 취하며 두 대표를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와 손 대표는 이후 서로 '목소리를 높여 미안하다'는 취지로 사과한 후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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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발족할 때도 여야가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면서 "국회가 이 문제를 협의해 처리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문 대통령이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면서 동의하는 뜻을 밝혔지만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해 (선거제 개혁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선 '분권형 개헌'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됐다. 정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임기 반환점을 계기로 개헌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면서다. 정 대표는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냈다가 무색해진 경험이 있어서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서 총선 이후에 쟁점이 된다면 민의를 따르는 것 아니겠느냐"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촛불집회가 촛불혁명으로 승화하려면 4월 혁명이나 6월 항쟁처럼 헌법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면 분권형 개헌을 한다고 약속했으니 선거제 개혁을 앞두고 개헌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또 "각 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총선 후 민의를 받들어 개헌에 착수하면 이뤄질 일"이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국회 본회의 상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여야는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비공개 '3+3(각 당 원내대표 외 1인) 회동'을 통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없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의석을 28석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부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구 의석 감소에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자 의원정수를 확대해 의석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 내에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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