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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당 '용퇴·험지' 살생부…보수통합 '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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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發 '중진 용퇴론', 당내 후폭풍

3선 이상 중진 16명, 대선잠룡 등 포함

변혁 측도 "3선 이상 대대적 물갈이 절실"

한국당-변혁, 1차 실무급 접촉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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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 '중진 용퇴론' 바람이 부는 가운데, 살생부에 오른 당사자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용퇴론을 외치기 전에 '자리'를 먼저 내놓으라며, 초재선을 향해 경고장을 날리는 모양새다.

험지 출마 요구에 부딪힌 대권 잠룡들 역시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는 요구를 수용할 뜻을 보였지만, 당 기여도를 내세우며 전방위적으로 '설전'을 펼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같은 꿈들거림은 황교안 대표가 추진 중인 '보수 통합' 흐름과 맞물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대표가 이끄는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측도 대대적 물갈이와 함께 황, 유 대표의 수도권 등 험지 차출 카드로 한국당의 변화를 압박할 태세다.

◇ '중진 용퇴론' 살생부 오른 인물 16명 + 대권 잠룡

'중진 용퇴론'을 쏘아올린 이는 친박계 김태흠 의원(재선, 충남 보령시서천군)이다. 그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등을 지역구로 한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하든지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야 한다"며 "원외와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기준으로 '살생부'에 오른 중진 의원들은 ▲서울 강남갑 이종구(3선) ▲부산 김무성(6선), 김정훈·유기준·조경태(4선), 김세연·유재중·이진복(3선) ▲대구 주호영(4선) ▲울산 정갑윤(5선) ▲경남 이주영(5선), 김재경(4선), 여상규(3선) ▲경북 강석호·김광림·김재원(3선) 등 16명이다.

이밖에 대권 잠룡임에도 영남권 출마를 검토하는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해당된다.

이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이다. 당사자에 해당하는 A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진이 무슨 고스톱 쳐서 쉽게 되는 자리냐. 지역에서 인정 받고 여기까지 왔는데,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것은 지역주민을 '졸'로 보는 것이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B 의원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다. 자기가 무슨 자격으로 저런 소리를 하느냐"며 "진정성이 있으려면 자기가 먼저 해야 한다. '퍼스트펭귄'은 먼저 뛰어내리는 펭귄이지, 말을 먼저하는 펭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C 의원은 김태흠 의원을 겨냥해 '박근혜 대통령 때 친박 나발을 불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와서 무슨 쇄신 어쩌고냐"며 "영남권 인사 물갈이는 선거철 마다 매번 나오는 얘기다. 큰 그림으로 총선을 치룰 생각을 해야지, 3선 의원 관두라고 해서 그게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D 의원은 사석에서 "3선 이상이 나가고 초재선들만 남으면 여당 중진들이랑 맞상대가 되겠느냐"며 "지금 있는 초선들 면면을 봐라. 실력들이 너무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의 논리는 획일적인 3선 이상 '용퇴'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몰락 단초이자 역대 최악의 공천으로 꼽힌 2016년 20대 총선 공천을 통해 원내에 입성한 초선들의 '무능력'도 지적 대상이다.

물론 이러한 목소리는 공개적으로 터지지는 않고 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인적쇄신과 관련된 공개 발언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여론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는 모습이다.

다만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후 불출마를 시사했던 김정훈 의원은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마라 할 문제는 아니다"며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도 아니고, 입장을 번복한 적도 없는데 그런 말들이 나와 씁쓸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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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험지 출마 시사, 홍준표 적극 대응

험지 출마를 요구받는 대권 잠룡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출마가 거론돼온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본질은 인적쇄신 그 자체가 아니라 당 지도부의 낮은 지도역량에 있다"며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문제로 비판의 시각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당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제 판단만으로 출마여부와 지역구를 결정할 생각은 없다. 문제가 제기된 만큼 숙고하고 우리 정치와 당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겠다"며 험지 출마 수용을 시사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방위적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그는 SNS을 통해 옛 친박 인사지만 현재는 황교안 대표 주변에 있는 인물들을 '십상시'에 비유하며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그들이 개혁을 포장해서 벌이는 정치쇼를 국민 여러분들은 또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의 언급에 김태흠 의원은 SNS를 통해 "과욕과 거친 입을 접고 당의 미래를 위해 성찰하며 자중해달라"고 직격했고, 홍 전 대표는 "충고와 해당행위도 구분 못하는 측근들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십상시 정치를 한다는 말을 듣는다"며 재반박하는 등 '설전'이 이어졌다.

인적 쇄신을 두고 기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초선 의원들은 7일 회동을 열고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재선 의원들은 12일 긴급 오찬 간담회를 예고하며 행동에 나서는 등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통합 속도 낼 경우 공천기구와 '연동'

인적 쇄신은 보수 통합과 맞물려 있다. 황 대표가 급작스레 통합 카드를 꺼낸 것도 공천과 인재영입 등 각 통합대상들의 총선진용이 갖춰지면 통합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일 황, 유 대표의 통화 이후 양측 실무급 의원들이 1차 접촉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 실무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각 지도부를 한그릇에 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비상대책위원회 등 새로운 사령탑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비대위가 통합을 추진하며 공천도 집행하는 강력한 기구가 될 수 있다.

양측은 기존 한국당과 변혁의 틀을 넘어서는 규모의 통합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정될 경우 당적이 없는 중도-보수 진영 인사들의 참여 폭이 커질 것이고, 물갈이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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