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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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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문대통령·아베 소파 환담 무단촬영" 日산케이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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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 신문 "주도면밀 한국에 기습 당해"

"통역 외에 '제5의 인물'이 대기실 들어가"

청와대 "여러 정상들 열린 공간, 문제제기 없었다"

지난 4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0여분간 환담을 한 것을 두고 일본 측에서 “정의용 실장이 무단으로 사진촬영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산케이신문은 1면 머릿기사를 통해 “두 정상의 면담 당시 사진은 한국 측이 일본 측에 (양해 없이) 무단으로 촬영해 공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한국이 일방적으로 정상 간 대화를 안팎으로 내보이려고 해, 일본 정부가 용의주도한 한국 측에 기습을 당해 한국에 대한 불신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가 두 정상의 대화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한 데 대해 “신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분노하는 반응이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일본 측은 당시 사진을 찍은 사람으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목했다. 대기실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정상과 통역 등 4명뿐인데, 사진에 찍힌 사람 외에 ‘제5의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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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케이신문이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환담 사진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무단으로 사진을 촬영했다고 문제 삼는 기사를 1면 톱기사로 다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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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 정부가 정상 간의 접촉부터 사진촬영, 언론 공개까지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한국이 기습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와 동행했던 한 관계자는 “총리는 대기실에 있던 10명의 정상과 순서대로 악수했고, 마지막이 문 대통령이었다”고 이 신문에 전했다. 마지막에 있던 문 대통령이 대화를 걸어왔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식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 신문은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사진을 게재하고 “문 대통령이 일본의 총리와 환담했다”며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등으로 설명까지 올린 것을 “대외적으로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 이를 소개하지 않은 것은 “당초 일본 측은 한·일 정상이 대화할 사전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 사진 촬영은 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정상 간의 비공식 대화에 관한 사진촬영과 이를 공개하는 데 대해서는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외무성의 간부는 “개인의 SNS에도 누군가와 찍은 사진을 올릴 때는 상대의 허가를 얻는 게 상식이다”라면서 한국 측 행동을 ‘에티켓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당시 사진에 대해 문제제기를 받은 바 없으며, 모든 정상들이 있었던 열린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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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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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대화에 대해 일본 측은 줄곧 ‘접촉’, ‘대화를 나눴다’는 식의 표현을 쓰며 정식회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光) 외상은 “10분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크게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의미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전날 마이니치 신문도 “청와대의 사진 공개는 두 정상이 ‘앉아서 대화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두 정상의 대화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오는 22일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최종시한을 앞두고 한국을 코너에 몰았다고 믿는 아베 정부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 간에 비공식적으로 찍은 사진을 SNS 등에 공개하는 사례는 많다. 아베 총리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브로맨스’를 강조하기 위해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무단 촬영이라고 보느냐 "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 스스로 정상의 행사에 대해 취한 대응 하나하나에 일본 정부로서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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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26일 일본 수도권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의 골프장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새로운 레이와 시대도 미일 동맹을 더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며 기뻐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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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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