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가능 국가’ 외치는 아베와 결 달랐던 즉위식 참석자들
부친 아키히토(明仁)의 ‘평화주의’ 계승 의지를 밝혀온 나루히토 일왕이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를 명문화한 헌법 9조를 고쳐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가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다른 결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행사에는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시의 고교 1년생 사가라 린코(相良倫子·15)가 교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사가라는 지난해 6월23일 ‘오키나와 위령의 날’에 열린 전몰자추도식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20만명이 목숨을 잃은 오키나와에서 살아남은 증조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쓴 ‘평화의 시’를 낭독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분명히 알 것이다. 전쟁의 무의미함을. 진정한 평화를. 전력(戰力)이라는 바보 같은 힘을 갖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평화는 진짜 없다는 것을”이라고 했다. 이 시는 당시 추도식에 참석한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혔다.
나루히토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는 왕세자 시절을 포함해 11차례나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등 오키나와에 다가서려는 자세를 보여왔다. 나루히토 일왕도 일본의 패전일(종전일)인 지난 8월15일 부친과 마찬가지로 “깊은 반성”을 언급하면서 평화주의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사가라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소감에 대해 “상왕(아키히토)의 생각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분이 전해져왔다”고 밝혔다.
히로시마 원폭 피폭자로 캐나다에 사는 세쓰코 서로(87)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핵무기 폐지 운동으로 201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비정부기구(NGO) 연합체인 ICAN의 활동가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 피해를 입은 국가이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핵 우산’에 의존하고 있어 핵무기금지협약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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