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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나루히토 “헌법 따라 책무 다할 것” 축하인사 아베 만세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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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쿄서 일왕 공식 즉위식

이낙연·찰스 왕세자 등 축하사절

문 대통령, 일왕에게 친서 보내

중앙일보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이 열린 22일 일본 도쿄 고쿄(皇居)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나루히토 일왕을 향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이 앉아 있는 팔각형의 ‘다카미쿠라(高御座)’는 서기 8세기 나라(奈良)시대부터 즉위식 등 중요 의식에 사용하던 일왕의 ‘옥좌’로, 이날 등장한 것은 1913년에 제작해 네 번째로 즉위식에 사용됐다. 이 다카미쿠라는 높이 6.5m에 무게가 8t에 달하며, 이번 행사를 위해 트럭 8대에 실려 교토에서 공수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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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즉위한 나루히토(德仁·59) 일왕(일본에선 천황)이 자신의 즉위를 국내외에 선포하는 의식이 22일 도쿄에서 열렸다. 이날 도쿄엔 하루 종일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락가락했다.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卽位禮正殿の儀)’라고 불리는 의식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일왕의 거처인 고쿄(皇居) 내 규덴(宮殿·궁전)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찰스 영국 왕세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등 186개 국가·지역으로부터의 축하사절 400여 명과 일본 국내 인사를 합쳐 모두 20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 경로를 통해 나루히토 일왕에게 즉위를 축하하는 친서를 보냈다.

8t 옥좌 ‘다카미쿠라’ 교토서 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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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德仁) 일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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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들이 ‘다카미쿠라(高御座)’로 불리는 단상 형태 옥좌(玉座·왕의 좌석)에서 비단 장막을 걷어내자 나루히토 일왕의 모습이 드러났다. 일왕 옆에는 ‘미초다이(御帳臺)’로 불리는 단상에 마사코(雅子) 왕비가 섰다.

높이 6.5m에 무게가 8t에 달하는 다카미쿠라는 8세기 나라(奈良)시대부터 즉위 등 중요 의식이 열릴 때 일왕이 사용하던 옥좌다. 이번 행사를 위해 트럭 8대에 실려 교토에서 공수됐다.

나루히토 일왕은 ‘오코토바(お言葉)’로 불리는 짧은 연설에서 먼저 “왕위를 계승했음을 선언한다”고 했다. 이어 “상황(상왕, 아키히토 전 일왕) 전하가 30년 이상 언제나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고, 국민과 고락을 함께하며, 그 마음을 몸소 보여주셨다”며 부친인 아키히토 전 일왕에 관해 언급했다.

이어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빌면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며 “우리나라(일본)가 더 한층 발전해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천황 폐하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쥐죽은 듯이 조용한 고쿄 궁전에 울려퍼졌다”고 묘사했다.

관심을 모았던 헌법 관련 표현은 “헌법에 따라 일본국,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책무를 다하겠다”였다. 지난 5월 즉위식 때와 같은 표현이었다. 부친인 아키히토 전 일왕은 1989년과 90년 두 차례의 즉위 관련 행사에서 각각 “일본국 헌법을 지키겠다” “일본국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개헌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어서 일왕의 언급이 주목을 받았지만, 5월 즉위식 때와 같은 표현이라 큰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왕의 즉위 선언에 이어 아베 총리가 국민을 대표해 ‘요고토(よごと)’로 불리는 축하 인사를 했다. 아베 총리는 “우리 국민 일동은 천황 폐하를 일본의 상징으로 우러르고, 평화와 희망이 넘치는 자랑스러운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참석자들과 “즉위를 축하하며 천황 폐하 만세, 만세, 만세”를 외쳤다. ‘즉위 축하’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단순히 ‘천황 폐하 만세’라고 외치면 과거 전쟁과 군국주의를 연상시키고, 국민주권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29년 전 아키히토 전 일왕의 즉위 행사 때부터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인 아베 총리가 1.3m 높은 위치의 일왕을 올려다보며 만세를 외치는 것이 국민주권의 원칙에 어긋난다” “지나친 종교적 색채는 정교분리 원칙 위반”이라는 주장도 일본에선 적지 않다. 만세 삼창 뒤엔 자위대 예포가 21발 발사됐다. 일왕의 입장과 퇴장 시간을 합쳐 의식은 30분가량 진행됐다.

이낙연 “레이와시대 일본국민 더 행복하길”

이날 이낙연 총리는 남관표 주일 대사와 함께 연미복(서양 예복) 차림으로 즉위식에 참석했다. 즉위식 이후엔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 지하철역으로 가 2001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숨진 의인 고(故) 이수현씨를 기렸다.

이 총리는 추모비에 묵념한 뒤 “한·일은 1500년의 교류 역사가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처럼 50년이 채 되지 않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의 우호·협력 역사를 훼손해서야 되겠느냐”며 “(한·일) 국경을 생각해 몸을 던진 것이 아니라 인간애를 보여준 이수현 의인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엔 일왕 내외가 도쿄 왕궁에서 주최한 연회에 참석했다. 이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에게 “문 대통령께서 천황 즉위를 축하하는 축하 친서를 보내셨다”고 소개하며 “레이와(令和)의 새로운 시대에 일본 국민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출국 전 서울공항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와 환담하며 “이번 단 한 번 방문으로 모든 게 해결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일본 NHK방송은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온 이 총리에 대해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온 것으로 보인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백민정 기자

서울=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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