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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유기견 사체로 만든 사료 25t 시중 유통…제주도 "전량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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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기견 3829마리 사체 사료 원료로 쓰여
유기견 육골분 25t 시중 유통…제주도 "전량 회수·폐기처분할 것"
전문가 "항생제·독극물 남아 있을 수도…대책 마련 시급"

제주도가 직접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한 유기견 사체로 만들어진 사료를 전량 회수·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8일 유기견 사체가 동물 원료로 쓰인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내려진 후속 조치다. 현재 만들어진 문제의 사료 양만 최소 25t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축산과 관계자는 22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내부 검토 결과, 유기견 육골분(肉骨粉) 약 25t으로 만들어진 단미(單味) 사료 중 시장에 유통된 사료들을 조속히 회수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에 행정 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며 "아울러 재고 역시 모두 폐기처분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단미사료는 일종의 원료 사료로 여러 원료를 섞어 만드는 배합 사료의 원료로 사용된다. 시장에 유통된 사료의 총량은 아직 파악 중이지만, 대부분 양돈 농가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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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경기 성남시의 유기견 보호소에 방치된 유기견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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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제주에서 안락사된 유기견 2395마리, 자연사한 유기견 1434마리 등 도합 3829마리의 사체가 폐기물업체에서 ‘렌더링' 처리 후 사료업체에 원료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렌더링은 동물 사체를 130도 이상의 고온과 7기압 이상의 고압으로 태워 가루로 만드는 방식이다.

제주도가 문제의 사료를 회수하게 된 배경은 ‘사료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약물을 통해 안락사한 유기견 사체가 사료 원료로 사용됐고, 질병을 지닌 유기견 사체가 사료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에서는 유명 사료공장 사료에서 마취 물질 ‘펜토바르비탈’이 나와 전량 회수된 사례가 있다.

한국동물병원협회 허주형 회장은 "병원균과 달리 항생제나 마취제 성분은 렌더링 처리를 해도 사료에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사료를 섭취한 동물에게는 내성 반응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가령 쥐약 같은 독극물을 먹고 유기 동물이 죽었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성분은 렌더링 처리를 해도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며 "심지어 렌더링 과정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2차 독성물질이 새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어 문제의 사료를 전량 추적해 회수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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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주동물위생시험소 동물보호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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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따르면 당초 지난해까지는 동물 사체를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에 일반폐기물로 매립 처리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매립장 포화 문제로 더이상 묻을 수 없게 되자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유기견 사체를 렌더링 처리 전문 업체에 위탁해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렌더링 업체가 유골 상태 가루를 단미 사료로 제작해 유통업체에 넘겼다.

그러나 현행법상 동물 사체를 사료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사료관리법 등에 따르면 가축 사체는 ‘사료 사용 제한물질’로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길시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제주도는 이달부터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발생하는 동물 사체 전량을 전문업체에 위탁해 의료 폐기물로 처리할 방침이다. 전문업체에서 소각을 통해 처리하는 의료폐기물처럼 유기견 사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1억 2200만원의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아울러 유기견 사체를 동물 사료 원료로 사용한 업체 두 곳에 대해서는 1개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최성호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동물 사체의 경우 소각한 뒤에 매몰하는 게 정상적이지만 이번 사태는 처리 과정에서 부족한 예산 탓에 렌더링 후 사료로 재활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같은 문제가 벌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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