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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누르는 힘 더 세진 관리물가…과장되는 'D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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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 확대로 비용 부담 경감…'물가 교란 요인↔사회적 후생' 충돌]

머니투데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물가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으로 소비자 비용 부담은 줄었지만, 최근 제기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논쟁을 의도치 않게 부풀리는 측면이 있어 물가지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근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기준)은 관리제외 근원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2019년 6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0.7%, 관리제외 근원물가 상승률은 1.2%였다.

관리물가는 상·하수도료, 학교급식비, 휴대전화료 등과 같이 정부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거나,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품목들의 물가를 말한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확대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 관리물가 상승률도 떨어진다.

근원물가와 관리제외 근원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관리물가가 근원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관리물가가 1.2% 상승했다면, 근원물가와 관리제외 근원물가 상승률 간 차이는 없어야 한다.

관리물가가 근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현상은 2018년 1월부터 지속되고 있고, 그 정도도 커지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과 관리제외 근원물가 상승률 간 차이는 2018년 1월 마이너스(-) 0.2%포인트에서 2019년 6월 -0.5%포인트까지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두 지표 간 차이가 커진다는 것은 관리물가가 근원물가를 낮추는 힘이 더 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관리물가 상승률 자료에 따르면 올해 관리물가 상승률은 1월과 8월을 빼고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 9월(-0.4%)에는 관리물가 상승률이 -1.0%까지 떨어졌다. 9월부터 시작된 고교 3학년 대상 무상교육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측정한 관리물가는 한국은행이 지난해까지 관리물가 대상품목으로 분류한 40개 품목을 대상으로 측정한 것이다. 한은은 올해부터 학생복, 교과서 등 6개 품목을 추가해 관리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관리물가는 의도치 않게 디플레이션 논쟁을 부풀린다. 최근 낮아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경기와 크게 상관없는 관리물가에 의한 물가 상승률 하락분까지 반영된 숫자다.

최근 저물가 현상이 경기둔화에 의한 수요 부진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관리물가는 물가 상승률 하락폭을 키워 디플레이션 공포를 과장한다.

또 관리물가를 낮추기 위한 비용은 정부가 지출하지만, 정부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건 소비자의 세금이다. 실질적인 부담은 소비자가 그대로 하고 지출 주체만 정부로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물론 복지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나 가계비 경감 같은 사회적 후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물가지표가 시장가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의 상당부분을 구성하는 관리물가의 결정에 있어 누적된 물가상승요인이 있는 품목은 이를 해소하는 방향의 정책운용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거시경제 안정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리물가가 대폭 떨어지는 새로운 충격이 없는 한 관리물가에 의해 물가지표가 왜곡되는 현상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복지정책들이 시행되고, 소비자 부담이 지출이 줄어들게 되면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서 빠지거나 가중치가 줄어들면서 영향력이 줄어들게 된다"며 "지금은 이같은 변화가 지수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dorem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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