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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 동아시아 공동선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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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평화와 한일관계 토론

홍석현 “한·중·일 평화, 경제서 출발

청소년 교류 100만 수준 확대해야”

중앙일보

‘동아시아 평화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모임’이 21일 서울 대화의 집에서 열렸다. 윗줄 왼쪽부터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정운찬 전 총리, 김용복 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 원장,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이홍구 전 총리, 니시하라 하루오 전 와세다대 총장, 오카모토 아쓰시 이와나미쇼텐 사장. 이외에도 김도현 전 문화체육부 차관, 김성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박상증 전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총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신낙균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 안재웅 YMCA전국연맹유지 재단 이사장,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이시재 가톨릭대 명예교수,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이현숙 여성평화외교포럼 대표, 전기호 한일 반핵평화연대 사무국장,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 채수일 크리스챤아카데미 이사장, 최상용 전 주일대사가 참석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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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대립 관계에서 출발하면 관계 개선은 요원하다. 차원을 높여 새로운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자.”

일본의 원로 법학자인 니시하라 하루오(西原春夫·91) 전 와세다대 총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대화의집에서 열린 ‘동아시아 평화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모임’(대화문화아카데미·동아시아평화회의 공동 주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니시하라 전 총장은 한·일 관계의 해법으로 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상들이 모여 ‘동아시아를 전쟁이 없는 지역’으로 공동 선언하는 이른바 ‘동아시아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그는 “전쟁을 직접 체험하고 전쟁의 비참함과 우매함을 통감하는 동아시아 각국 원로들이 국경을 넘어 각국 국민과 정부를 설득해 이런 공동선언을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를 선두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 등 상당수 일본 원로들이 이 구상에 공감하고 있다”고 알렸다. 참여국으로는 기존 아세안+3(한·중·일) 협의체 국가에 더해 북한과 몽골까지를 제시했다. 그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천 년에 한 번뿐인 2022년 2월 22일 22시 22분 22초에 이 같은 공동선언을 했으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니시하라 전 총장과 함께 방한한 오카모토 아쓰시(岡本厚)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사장은 “(동아시아에서) 여러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내셔널리즘이 조장돼 정치인의 선정적인 발언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런 ‘날것의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각국 원로들이 이에 대해 충고하고 국경을 넘어 공통의 가치를 선언하는 의미가 여기(동아시아평화 이니셔티브)에 있다”고 부연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은 “동아시아보다 훨씬 많은 전쟁을 했던 유럽은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30~40년간 준비해 하나의 화폐까지 갖는 공동체(유럽연합·EU)를 만들어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부전(不戰) 선언을 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아시아평화 이니셔티브를 생각할 때 한·중·일 3국도 경제 문제에 착안한 목표 의식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또 “EU에서 유심히 봐야 할 것은 아데나워 전 독일 총리와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 수십만의 청소년 교류를 수십 년간 지속했다는 점”이라며 “한·중·일 간 청소년 교류를 현 수준이 아닌 50만, 100만 수준으로 확대해야 부전 선언을 만드는 데 동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토론에선 한·일간 역사 인식 문제도 논의됐다. 이홍구 전 총리는 “(역사 인식 문제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는 1965년 한·일 협정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와 국민은 1910년 한일병합의 불법성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이제는 역사를 함께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이웃을 만들기 위한 지혜를 짜낼 때”라고 지적했다.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은 “1965년 체제가 한계를 안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기초로 발전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역사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체제의 불안정성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이 지역의 민족주의 감정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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