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를 순방하고 21일 귀국한 문 의장이 현지에서 동행취재기자단과 만나 검찰개혁 법안 처리 입장 등을 밝혔다./사진제공=국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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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가 협상 중인 검찰·사법개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선거법 개정안, 내년도 예산안 등과 함께 '일괄타결'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11월말 사법·정치개혁 패스트트랙 법안 본회의 부의 및 상정 계획과 관련해선 끝까지 여야의 합의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르비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를 순방하고 21일 귀국한 문 의장은 현지에서 동행취재기자단과 만나 "150표가 확보되지 않으면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겠냐"며 "결국 일괄타결 밖에 답이 없다. 모든 것을 뭉뚱그려 해야 한다고 예측 중"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법안 의사일정에 대해선 "미리 얘기해서 괜히 들쑤실 필요가 없다"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에 의해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그러나 "광화문도, 서초동도 모두 민심인데 한쪽은 조국을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났지만 다른 한쪽은 검찰개혁을 하라고 했는데 아직 안됐다"며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공약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지금 와서 안한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촛불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선 "국민 의사를 그대로 반영하도록 의원 수가 비례돼야 한다는 것을 선거제 개혁의 제1원칙으로 겨우 합의한 게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안으로 그나마 최선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것이 협상의 시작으로 숙려 기간을 둔 것은 그 안에 합의하라는 것"이라며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문 의장은 이번 순방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르비아 등 3개국 신시장과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문 의장 순방을 계기로 한국의 강점인 전자정부, IT(정보기술) 산업, 문화교류 등에 대한 3개국과의 협력 확대 노력이 강화됐다.
문 의장은 "3개국의 공통점은 부상하는 개발도상국인 새로운 시장인데다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 거점으로 양쪽 모두 교두보로 삼으려고 하는 나라"라며 "그들은 우리의 높은 수준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길 원하고, 우리는 교류를 계기로 우리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다는 것이 국익"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또 제3국을 통한 북한 비핵화 관련 외교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순방 중 러시아 등 의회 의장들에게 북한의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한 지지를 확보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4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제141차 IPU(국제의회연맹) 총회 중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사진제공=국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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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문 의장과의 일문일답.
-검찰·사법개혁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
▶여야가 만나서 합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앞서 내가 법이 정한 국회의장의 권한을 통해서라도 꼭 상정하겠다고 말한 것은 단서가 있었다. 여야가 합의할 때까지 합의를 독촉하는 의미였다. 지금도 합의해야 한다고, 합의하려면 협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국회의 계절에 국회가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3당 원내대표가 '2+2+2'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면 무조건 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국회에서 의결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합의를 도출하라는 것이다. 합의만 하면 된다. 결국 150표를 얻어야 한다. 150표가 확보되지 않으면 강행할 수 있겠나. 결국 일괄타결 밖에 답이 없다. 예산, 사법개혁, 정치개혁 모든 것을 뭉뚱그려 해야 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11월말 패스트트랙 법안 부의와 상정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계획인가.
▶미리 얘기해서 괜히 들쑤실 필요가 없다. 될 것도 안된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에 의해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할 때까지 인내하고 참을 수밖에 없다. 무리하면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더 크다. 다만 나는 취임사에서 정치의 계절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제도 개혁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그 생각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순방 전에도 강조했었는데.
▶광화문도 민심이고 서초동도 민심이다. 한쪽은 조국 물러나라고 했는데 물러났다. 한쪽은 검찰개혁 하라고 했는데 아직 안됐다. 사법개혁은 공수처 설치의 경우 공약하지 않은 대선후보가 단 1명도 없다. 다 공약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안한다 하면 되겠나. 반대하려면 대선 때 공약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 모여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와서 안한다고 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것이고 촛불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다.
각당이 검찰개혁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서로 생각이 무엇인지 합치점에 대해 최종적으로 합의를 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이 책무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반기에는 국민의 명령에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결정한 국회다. 의원 234명이 찬성해서 탄핵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소속 정당의 의원이 법사위원장 자격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검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출범한 게 현 정부이고, 지금 국회가 다른 국회가 아닌 그 20대 국회다. 구성원이 그대로다. 따라서 검찰개혁을 법제화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20대 국회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비선실세 같은 게 생기지 않도록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고 분산하는데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을 고쳐야 한다. 헌법을 고치지 않고 제대로 된 국회가 되겠는가. 개혁입법도 해야 한다. 첫번째가 사법개혁이고 두번째는 재벌개혁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해야 한다. 지금 검찰개혁을 하는 것처럼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했다. 그러나 법률로 하지 않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선거일을 정하거나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으로 선거법 개정에 합의했다.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안이 그나마 최선으로 나와 있는 것이다. 국민 의사를 그대로 반영하도록 의원수가 비례한다는 것이 선거제 개혁의 제1 원칙이다. 이에 겨우 합의한 게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안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것이 시작이다. 협상하려고 만든 것이다. 숙려 기간을 둔 것은 그 안에 합의하라는 것이다. 바로 표결하는 게 아니라 합의하라고 숙려 기간을 둔 것이다.
-패스트트랙 충돌 때 경험한 것처럼 국회 혁신도 절실하다.
▶국회선진화법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법도 고쳐야 한다. 국회 혁신을 위한 법안이 11건이 발의돼 있다. 그렇다면 여야가 만나서 합의해야 한다. 국회 개혁은 의장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규칙 하나 고치려 해도 다 입법 사안이고 운영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다 밀려 있다.
다만 일괄 타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이다. 지금처럼 패스트트랙 요건을 어렵게 한다는 것 등은 문제다. 죽기살기로 한다. 정쟁을 유발한다. 느슨하게 풀 필요가 있다. 웬만하면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가 복원되려면 국회선진화법을 정치적 해결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손봐야 한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국민이 광장에 나오기 전에 국회의원을 제대로 뽑을 필요가 있다. 할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촛불 민심을 제도화 하고 헌법을 고치고 검찰개혁 등 개혁입법을 할 사람을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한다. 합의를 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지금처럼 이분법이나 죽기살기로 하면 나라가 결딴난다. 어느 당이든 3분의2로 몰아줬으면 싶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8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 조지아정부 청사 내 총리실에서 기오르기 가하리아 총리를 만나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사진제공=국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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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방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순방 3개국의 공통점은 부상하는 개발도상국이다. 새로운 시장이다. 그게 우리의 기호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3개국은 공통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 거점으로 양쪽에서 모두 교두보 삼으려는 나라다. 이들은 한국이 어떻게 부상할 수 있었는지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우리와 가치관이나 정서적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적잖아 K-팝과 K-드라마가 먹힐 여건이 된다.
3개국은 자원부국이다. 다만 고도의 기술은 아직 못따라온다.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IT, 전자정부 등의 높은 수준을 배우고 그런 것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 니즈와 딱 맞는다. 이게 그들의 국익이라면, 우리의 국익은 이를 계기로 교류를 통해 우리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의회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 정부 당국의 외교가 중요하고, 정책은 정부 당국이 하는 것이지만 다양화하는 국제사회의 변동 속에서 완벽하게 전부 다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디서든 도와야 한다. 의회외교의 중요성은 이루말할 수 없다. 의회에는 인적자원이 고급인력이 많다. 의원내각제 나라가 많다. 의원들이 결국 장관이 되고 총리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체제다. 그들을 미리 의원 시절 접촉해 친해 놓으면 훨씬 국익에 도움이 된다.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된다. 제도화하고 조직화하고 통합해야 한다. 정부와도 공유하고, 사전기획 자체를 정부와 함께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국회의장으로서 지금까지 그것을 해왔다. 1년6개월간 12개 포럼을 만들고, 그 지식을 축적해 정부와 협의해 취약 부분이 어디인지 골라서 방문했다. 대통령, 총리와 겹쳐서 갈 필요는 없다. 한번도 안간 곳만 내가 간다. 이번에도 그렇게 한 것이다.
-제3국을 통한 북한 비핵화 관련 외교도 돋보였다.
▶북한 의회의 주요 인사들이 러시아 등을 방문하는 정보들을 현장에서 바로 접했다.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비동맹운동회의 참석을 위해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한다고 하는데 아제르바이젠 대통령은 비동맹회의가 관심사이기 때문에 최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해 줘야 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선 설득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부탁한 말이라도 한마디 할 것 아닌가. 끊임없이 그런 노력을 한다.
러시아 측엔 남북의회회담을 웬만하면 빨리하자고, 비핵화 등을 북한에 한마디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러시아에도 그것이 이익에 맞지 않냐고,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러시아에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얘기했다.
-순방국들은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가.
▶대화로 풀자는 한반도 프로세스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원칙론적인 것이다. 순방 3개국도 그런 입장이다. 그것을 재확인 하는 것은 우리에게 소득이다. 이니셔티브를 쥐는 것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한반도 프로세스가 있다고 하면 그들이 지원하고, 나는 고맙다고 하고 지켜봐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다 적극적으로 성공되길 바란다고 한다. 그러면 재확인이 되는 것이다.
-다음달 초 일본 도쿄 G20(주요 20개국) 의회의장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가.
▶일본 참의원 의장으로부터 초청이 왔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참석하려고 한다. 다만 확정적으로 날짜를 잡진 못했다. 여우와 두루미처럼 먹지도 못할 것을 조건부로 건다면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 이후 일정이기 때문에 아직 미리 뭐라고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가면 언제든 일본 의원을 만날 수 있다.
트빌리시(조지아)=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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