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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도 못해…EU경제 다시 `視界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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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 보좌관을 조롱하는 조형물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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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이다. 영국 의회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결별을 또다시 막아 섰다.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행 법률이 마무리될 때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보류한 탓이다. 오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가 재차 연기될 가능성을 비롯해 영국 조기 총선,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면서 영국 정치가 '시계 제로'에 빠졌다. 여기에 EU와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잔존하는 가운데 브렉시트 혼란까지 겹쳐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하원은 19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를 앞두고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인 올리버 레트윈 경의 수정안에 대해 먼저 표결을 실시했다. 이 수정안은 브렉시트 이행 법률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보리스 존슨 총리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하는 내용이다. BBC에 따르면 해당 수정안 투표에서 찬성 322표, 반대 306표를 얻어 16표 차로 가결되면서 존슨 총리 합의안에 대해서는 투표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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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을 보류하면서 존슨 총리는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EU에 요청했다. 지난달 제정된 유럽연합(탈퇴)법, 이른바 '벤 액트'에 따르면 이날까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나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2020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존슨 총리가 EU에 보내야만 한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하원의 결정에도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할 뜻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이날 "브렉시트가 더 연기되는 것은 우리에게 해가 될 것이며 EU와 민주주의에도 해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EU에 보내는 연기 공식 요청 서한에 존슨 총리는 서명하지 않았다. 대신 개인적으로는 연기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함께 보내면서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영국으로부터 연장 요청이 도착했다"며 "이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EU 지도부와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투스크 의장이 브렉시트 연장을 협의하기 위해 EU 긴급 정상회의를 열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21일 또는 22일 승인투표를 다시 강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 불허다. 레트윈 경 수정안에 따라 존슨 내각은 브렉시트 이행 법률을 신속히 만들어 의회 통과를 추진해야 하는 처지다. 이 같은 존슨 총리의 시도가 결국 하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내년 1월까지 브렉시트가 추가 연장되면 혼란을 다시 겪어야 한다.

BBC는 브렉시트 연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경우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을 제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선이 열리면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돌파구를 정부가 마련했지만 야권이 거부하고 있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것이라고 일간 가디언이 전망했다. 야당에서 제2 국민투표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존슨 총리는 제2 국민투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변수는 EU다. EU에서는 브렉시트가 연거푸 연기되는 것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존슨 총리와 통화하면서 "브렉시트 연기는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영국이 신속히 태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U 정상 중 한 명이라도 연기를 강경하게 반대하면 결국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

이날 하원의 브렉시트 보류 결정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대규모 시위로 런던 거리 곳곳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두 번째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악영향을 받게 됐다. CNN에 따르면 영국의 싱크탱크인 체인징 유럽은 "노딜을 피한다 하더라도 브렉시트로 인해 새 무역 장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영국의 무역·생산성이 10%가량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브렉시트가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하다"며 "글로벌 리스크가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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