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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시궁창 빠져죽겠다"던 존슨의 굴욕···브렉시트 표결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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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만에 토요일 문 연 하원서 수정안 패배

합의안 표결도 못 하고 EU에 추가 연기 요청

다음주 표결 추진…DUP 반대로 통과 불투명

총선·불신임·국민투표 등 놓고 또 분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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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시행을 자신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합의안을 표결에 올리지도 못하고 EU에 추가 연장을 요청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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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이후 37년 만에 영국 하원이 토요일에 문을 연 19일(현지시간). 오는 31일까지 무조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단행하겠다고 장담해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EU와의 합의안을 이날 처리할 작정이었다. 3년 4개월 만에 브렉시트의 향배를 결정하는 ‘슈퍼 토요일'에 존슨은 ‘역사에 기록되는 총리’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합의안을 표결에도 부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브렉시트 연장을 요청하느니 시궁창에 빠져 죽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 추가 연장도 요청하는 신세가 됐다.

영국 하원은 이날 브렉시트 이행 관련 법률이 모두 제정될 때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인 올리버 레트윈 경이 발의했는데, 법률 제정에 시간이 걸려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발생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수정안은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16표 차이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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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총리의 합의안을 다루기 위해 37년 만에 토요일에 문을 연 영국 하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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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수정안은 중대한 파급 효과를 낳았다. 하원이 지난 9월 이날까지 존슨 총리가 합의안을 통과시키거나 노 딜 브렉시트를 승인받지 못하면 EU 측에 브렉시트 추가 연장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레트윈 수정안'의 통과로 존슨 총리는 자동으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존슨 총리는 이에 따라 이날 실시하려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를 취소했다. 이날 밤 EU에 브렉시트를 연기해 달라는 서한을 전달했다. 연기를 공식 요청하는 서한에 존슨 총리는 서명하지 않았다. 대신 개인적으로는 연기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함께 보냈는데, 여기에는 서명하는 고육지책을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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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도심과 의사당 앞에서는 수천명이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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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 정부의 연기 요청에 대해 27개 회원국과 논의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와 합의안을 승인한 최근 정상회의에서 이미 EU 정상들은 영국이 또 연기를 요청하면 받아들이자는 태도를 보였다고 EU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가디언이 전했다. 다만 연기를 결정하는 정상회의는 영국 하원이 그사이 합의안을 통과시킬지 모르니 오는 29일께 열 가능성이 있다고 EU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한 차례 패배에도 불구하고 주눅이 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일단 다음 주께 합의안 표결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레트윈 수정안에 따라 존슨 내각은 브렉시트 이행법률을 신속히 만들어 의회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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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법령에 브렉시트 이행법률이 모두 제정될 때까지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는 수정안을 내 존슨 총리에게 결정타를 날린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 올리버 레트윈 경.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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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의 합의안이 통과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존슨 내각은 통과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기대한다. 이날 수정안 표결에서 브렉시트 여론이 강한 지역구의 노동당 의원 6명이 보수당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보수당 소속 의원 중에선 반란표가 나오지 않았다.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10석인데, 이날 수정안 표결에선 존슨에 반기를 들었다. DUP가 존슨 합의안을 지지해주기만 하면 가결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존슨 총리가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에 관세와 규제의 국경이 일정 기간 생기는 내용으로 합의를 해왔기 때문에 DUP가 지지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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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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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이 결국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브렉시트가 내년 1월까지 3개월 추가 연장되면 그동안의 혼란은 다시 반복된다.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을 하자고 해왔는데, 다시 이를 제기할 것이라고 BBC는 내다봤다. 노동당 등이 이를 받아들이면 총선이 치러져 정권 유지냐 교체냐가 결정된다. 집권 세력에 따라 브렉시트 향배는 영향을 받게 된다.

존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하원에서 다뤄질 수도 있다. 존슨 스스로 불신임안을 내고 이를 통과시켜 총선으로 가려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야당에서 거론해온 국민투표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노동당 등 야당은 ‘존슨 합의안'을 놓고 받아들일지 말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BBC는 “국민투표를 하려면 브렉시트가 연장돼야 할 뿐 아니라 정부가 먼저 교체될 때나 가능할 것”이라며 “국민투표 관련 법률을 만들고 질문지를 정하는 데만 최소 4~5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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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총리와 그의 책사 커밍스를 비판하는 브렉시트 반대 시위대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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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비판하며 자신이 브렉시트 단행의 적임자라고 주장해온 존슨이 남은 시간에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하지만 존슨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라는 민감한 역사적 사안을 간과하고 브렉시트를 추진한 과오를 수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렉시트당을 이끌며 보수당을 압박해온 라이절 패라지는 “존슨의 합의안은 메이와 95% 같다"고 깎아내리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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