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홀 티잉구역 앞에 있는 간식부스. 세계에서 제일 화려한 골프코스내 간식대다.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제주)= 남화영 기자] “환타스틱, 최고의 대회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75만 달러)에 출전한 외국 선수의 캐디가 화요일 연습라운드에서 바나나와 영양바, 음료수를 집으면서 말했다.
이번 주 제주도 서귀포 클럽나인브릿지 대회장의 1번과 10번 홀 티잉 구역에는 환상적인 간식 부스가 있다. 생수부터 탄산음료, 주스 등 음료수 종류가 있을 뿐 아니라 사과, 바나나 등의 각종 과일, 비비고에서 만든 칩 포테이토, 에너지바 등 다양하다. 일반 대회에는 바나나, 사과, 생수 정도 제공하지만 이 대회는 편의점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듯하다.
라운드를 시작하는 선수들이 필요한 만큼 들고 나가라는 무료 식음 코너는 지난해 도입됐다. 대회 주최사인 CJ그룹이 음식 문화 기업을 표방하는 만큼 세계에서 가장 좋은 간식부스를 만든 것이다. 음식이 풍성하고 선수들도 만족하는 대회를 추구하는 만큼 먹거리는 더CJ컵이라는 대회를 특징짓는 요소다.
백년이 넘은 메이저 대회부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내로라하는 PGA투어 대회 중에 올해로 3회째에 불과한 더CJ컵이 밀고 있는 무기는 '맛' 체험이다. CJ그룹은 ‘2030년까지 월드 베스트 CJ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10년간 PGA투어 골프 대회를 주최하면서 세계 속에 CJ브랜드를 알린다는 계획을 짰다. 그걸 담아내고 결실을 빚어야 할 현장이 더CJ컵@나인브릿지다. 또한 한식과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릴 전략 상품은 ‘비비고’다.
비비고는 더CJ컵의 한식 세계화를 위한 브랜드다. |
그래서인지 이 대회는 매년 음식과 관련된 이벤트와 기획을 코스 요리 나오듯 하나씩 추가하고 있다. 첫해에는 13번(파3 218야드) 홀에 ‘비비고홀’을 만들었다. 홀인원이 나오면 해당 선수가 원하는 날짜와 장소를 찾아가 5천만원 상당의 한식 파티를 열어주는 것이다. 아직 당첨자는 없었지만, 만약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재미난 토픽감이다.
이 대회는 첫해부터 갤러리 플라자에 비비고존을 만들어 각종 한상 차림 상품을 팔고 있으며, 코스 내 6곳에는 비비고 컨세션을 두어 다양한 한식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맛 탐방 로드를 제시했다. 코스 내 컨세션 스탠드에서 파는 음식은 3천원 대로 저렴하다. 아담한 사이즈라서 경기를 관람하면서 먹을 수 있다. 첫해는 전복김밥이 가장 많이 팔렸다. 제주산 전복 한 개가 김밥에 통째로 들어 있어 별미였다.
지난해는 3천원짜리 비비콘이 주력 상품이었다. 아이스크림처럼 불고기를 넣고 양념을 한 밥에 김말이를 하고 양념 소스를 뿌렸다. 내용물을 넣고 라이스페이퍼와 김을 오븐에 구워 따딱하게 콘처럼 만든 아이디어 상품은 꽤나 신박했다.
대회 3년차를 맞는 올해는 보다 적극적이면서 외향적인 시도를 했다. 2년간 국내에서 실험한 비비고존을 해외 투어로 넓혔다. 2월 캘리포니아 제네시스오픈부터 6개 대회장에 비비고 부스를 운영했다.
노던트러스트 등 해외 대회에서 선보인 비비고 부스들. [사진=CJ그룹 페이스북] |
3월에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더플레이어스를 찾았고, 5월에 텍사스에서 열린 AT&T바이런넬슨, 7월은 3M오픈, 8월 플레이오프에서는 노던트러스트와 투어챔피언십까지 반 년간 투어 현장에 비비고존을 만들고 음식을 팔거나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식이 낯설 수 있는 미국의 갤러리를 잡기 위해 메뉴를 다각화했다. 비비콘도 불고기와 김치로 2원화 했고,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왕교자 튀김, 잡채, 콘도그, 닭강정, 치즈&미니완탕, 갈비타코 등을 운영했다.
이혜진 CJ제일제당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PGA투어에서의 비비고존의 성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갤러리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는 비비고 만두였습니다. 현지 입맛에 맞게 매운맛을 줄이고, 단맛을 더한 고추장 소스를 찍어 먹는 왕교자와 미니완탕은 일찍 완판될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설탕을 뿌린 한국식 콘도그는 단맛과 짠맛의 조화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다양한 야채가 들어있는 모듬 잡채는 건강하고 조화로운 한국 음식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3년째 맞은 올해 더CJ컵에서는 특정한 시그니처 메뉴가 없다. 해외에서 인기 높았던 다양한 메뉴들이 어벤저스처럼 모두 출동했다. 굳이 꼽는다면 모듬잡채, 옥수수를 소재로 한 콘도그, 비빔김밥 등이 시그니처 메뉴다.
올해 해외 골프대회장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콘도그. 옥수수가 들어간 핫도그. |
지난해 화요일에 갈라디너를 진행해 VIP 게스트, 선수 및 대회 관계자 등을 초청해 비비고 브랜드 철학과 한식 스토리텔링을 진행했다. 스타급 선수는 물론 국내외 선수와 PGA투어 관계자, 공식 프로암 대회 참가자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브룩스 켑카나 필 미켈슨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과장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건강식인 한식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한식을 처음 접한 선수들과 PGA투어 관계자들은 김부각 구절판과 돌문어 요리에 관심을 보였다. 이 과장은 “갈라디너는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비비고 브랜드와 K푸드를 확산시키는 플랫폼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센터에서도 2라운드를 마친 저녁에 ‘미디어디너’가 열렸다. 이 대회에 참석한 PGA투어 미디어파트 관계자, 한국, 일본 기자들에게 퀴즈쇼를 진행했다. 이 대회에서 컨세션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먹거리들을 시식하도록 했다. 참신하고 의미있는 시도였다.
이제 3년이 지났을 뿐인 이 대회는 음식, 그중에도 한식과 관련된 컨텐츠로 골프의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풍성한 먹거리를 넉넉하게 대접하는 것만큼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한식의 풍미를 나눈다(Share Korean Flavor)’는 이 대회장 곳곳에 나부끼는 비비고의 슬로건이다. 3년째 대회의 먹거리 원정에 나서고 있는 나는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대회 기간에 찌운 살을 뺄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
올해 해외에서 인기를 끈 비비콘, 교자 등이 미디어디너에 등장했다. |
기왕 한식 문화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었다면 향후 이 대회에 바라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다. 한식을 알리고 융숭하게 대접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여기서 만든 골프장 먹거리가 외국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먹거리 상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스터스의 먹거리는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고,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 맥주파티가 있듯, 이 대회하면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비고는 브랜드일 뿐 침이 고이는 음식은 아니다.
확률이 희박한 ‘홀인원 홀’이 나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면 어떨까 싶다. 예컨대 코스레코드 타수나 데일리 베스트가 나오면 해당 선수의 이름으로 비비고 선물을 갤러리에게 나눠줄 수도 있겠다. 6번 홀 페어웨이 가운데 조성된 ‘돼지코’ 벙커에 공이 들어가면 통돼지 한 마리를 구워 다음날 선수들에게 간식으로 나눠주는 이벤트는 어떨까? 골프 경기와 한식이 좀더 많이 연결되는 훌륭한 풍미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대회 트로피를 순회배(巡廻盃)처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음식 문화기업이 주최하는 대회인 만큼 다양한 음식을 넣고 비벼먹을 수 있는 양푼같은 컵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비비고도 돌솥과 수저를 형상화한 것인데 돌솥 트로피는 어떨까? PGA플레이오프 페덱스컵도 실제로 컵이 있고, 프레지던츠컵도 컵을 들어 올린다.
지난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브룩스 켑카. |
현재의 챔피언 트로피가 팔만대장경을 연상시키고 한글 창제를 의미하는 것은 훌륭하지만, 달리 보면 의미의 과잉일 수 있다. 2년전 첫해 대회가 끝나고 외국 미디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반응은 ‘CJ컵에 우승컵은 어디 있지?’였다. 고려백자, 조선의 달항아리 백자에 한글 이름을 새겨서 주는 것이 어떠했을까 싶다.
어차피 매년 다른 선수가 들어올릴 트로피인데 해마다 다른 트로피를 주는 것도 좋지만 그와 함께 10년 동안 매년 들어 올릴 고유의 순회배를 추가로 만들면 좋겠다. 10년간 대회를 개최하고 난 후에도 열 명의 챔피언을 담아냈던 컵은 영원히 보존될 것이다. 10년 후에 없어질 트로피보다는 이후에도 영구히 보존 가능한 컵을 추가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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