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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금주의 B컷]힘들어도 멈출 수 없는…학부모들의 ‘간절한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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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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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3일 일요일 아침. 기도의 효험이 좋다는 서울 북한산 도선사를 찾은 학부모들은 ‘수능 고득점 성취 발원’이 적힌 초에 불을 붙인 뒤 불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절을 시작했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서 연신 작은 목소리로 내뱉는 불경의 의미를 알 순 없었다. 다만 그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초가을 아침, 산속의 바람이 찼다. 그럼에도 절을 하는 학부모의 얼굴과 옷은 어느새 땀범벅이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절을 하는 몸짓이 점점 느려졌다. 하지만 멈춤이 없었다. 손자의 수능 기도를 위해 왔다는 한 할머니는 다리가 아파 절을 하지 못했다. 다만 정오에 있을 ‘수험생을 위한 법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며 가만히 두 손을 모았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는 또 다른 수험생이 된다. 대입 전형의 종류만 3000가지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수많은 입시 전형에 대해 다 알지는 못한다. 그 방법을 알아내는 길 또한 멀다. 소위 ‘잘난’ 부모들은 지위와 인맥을 이용해 그것들을 능수능란하게 주무른다. 하지만 이날 도선사를 찾은 학부모들은 기도가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 듯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사진·글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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