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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김정우 감독 "'뼈정우' 넘어설 제자 키워내는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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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건고 부임 첫 해 전국체전 우승

팀에 현역시절 근성, 활동량 심어

시, 구단 전폭적 지원도 큰 역할

중앙일보

김정우 대건고 감독은 부임 반년 만에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사진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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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때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분 좋은데요." 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김정우(37) 대건고 축구부 감독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이 이끄는 대건고는 지난 9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 100회 전국체전 남자 고등부 결승에서 경희고를 2-1로 꺾고 우승했다. 2008년 팀 창단 첫 전국체전 우승. 대건고는 프로축구 인천 유나디이티드의 유스팀(U-18팀)이다. 김 감독은 최근 본지 통화에서 "우승을 목표로 대회를 준비했다. 제자들이 자랑스럽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부임 후 첫 우승을 전국체전처럼 큰 대회에서 달성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다. 부평고, 고려대를 거친 그는 2003년 울산 현대(2003~05년)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울산에서 K리그1(1부 리그) 우승(2005년)과 준우승(2003년)에 기여한 그는 이후 나고야 그램퍼스(일본·2006~07년), 성남 일화(성남FC 전신·2008~09, 2011년), 전북 현대(2012~14년), 알샤르자(UAE·2013~14년) 등을 거쳤다.

태극마크를 달고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다. 그는 허정무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앞장섰다. 큰 키(184㎝)에 비해 마른 체형이지만, 쉼 없는 활동량과 터프한 몸싸움이 전매특허였다. 특히 상대 패스의 가로채는 능력이 뛰었다. 학창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덕분에 패스 능력과 중거리슛이 일품이라는 평가였다. 별명은 '뼈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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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키에 마른 체격인 김정우는 터프한 몸싸움에 강했다. 팬들은 그를 '뼈정우'라고 불렀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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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는 올해 3월 대건고 지휘봉을 잡았다. 2016년 테로 사사나(태국)에서 현역 은퇴하고 축구판을 떠난 지 약 3년 만이다. 그는 "그도안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축구를 놓은 건 아니다. 지도자 자격증도 따고, 지도자 지인들의 팀을 따라다니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왜 프로팀 코치가 아닌 유스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냐'고 묻자,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축구를 다시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인천에서 축구를 시작했기에 인천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부임 반 년 만에 팀을 우승시킨 비결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과 자신만의 축구 철학이 만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구단주인 박남춘 인천시장, 전달수 인천 대표 그리고 시·구단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이 있다. 팀 회식은 기본, 팀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다"며 웃었다.

이천수(38) 인천 전력강화실장은 김 감독의 버팀목이다. 김 감독은 이 실장의 1년 후배로 초(부평초)·중(부평동중)·고(부평고)는 물론 대학(고려대)와 프로팀(울산)까지 함께 동고동락했다. 김 감독은 "대건고 감독직을 맡을 때도 이 실장을 찾아가 조언을 들었다.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동료이자 선배이기에 고민이 있을 땐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에 부담을 갖지 말라는 말이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지도 방식은 채찍보다는 당근이다. 그는 "저희 무서운 감독님이 많았다. 나는 다그치기보다는 칭찬으로 자신감을 주는 편"이라면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어도 좋게 받아들이는 게 아이들 기량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도 참지 못하는 게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적극성'이 부족한 경우다. 그는 "나는 평소 내성적이지만, 필드에서 만큼 누구보다 적극적인 선수였다"면서 "패스 실수를 하거나 골을 못 넣어서 선수를 혼낸 적은 없다. 얼마나 볼과 경기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느냐를 중요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목표는 원석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는 "프로 산하 유스팀인 만큼 좋은 선수를 발굴해내는 것을 우선 순위로 삼았다. 내가 발굴한 아이들이 대표팀에 뽑혀 뛰는 모습을 TV로 봤으면 좋겠다. '뼈정우'를 거뜬히 넘어설 제자가 많아지길 바란다"며 웃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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