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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금감원 권고에도…농협 계열사, 적자에도 年 수백억원 중앙회에 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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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수년째 받고 있지만, 농지비 체계 손질은 올해도 힘들 전망이다. 금감원은 농협 계열 보험사들의 적자를 지적하며 농협금융지주 측에 농지비 과다 문제를 개선하라고 꾸준히 권고해왔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연내 개선을 추진해왔지만, 농협중앙회와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농지비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에서 규정한 일종의 브랜드 비용이다. 농협계열사라면 반드시 농협중앙회에 내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지주를,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조선비즈

조선DB




17일 복수의 농협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꾸준히 농지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연내 수정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생명의 실적이 나빠져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농지비 인하 검토를 추진해왔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농지비 인하에 대한 지적이 많아 연내 해결을 위해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었다.

금감원은 2017년부터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해 7월 농협생명에 새 국제회계기준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 확충계획을 마련하라고 권고하며 경영유의사항과 개선사항을 통보했다. 통보 내용에는 농협중앙회에 내는 농지비부터 줄이라는 요구가 있었다.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르면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액이 10조원을 초과한 계열사는 매출액의 1.5~2.5%, 매출액이 3조원 초과~10조원 이하인 계열사는 0.3~1.5%, 매출액 3조원 이하 계열사는 0.3% 이하를 농지비로 내야한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은행은 매출액의 2.5%를 농지비로 내야하고, NH손해보험은 매출액의 1.5%, NH투자증권은 0.31%를 부담하고 있다.

농지비 인하 문제는 농협생명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막대한 금액의 농지비를 내면서 불거졌다. 농지비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적자가 나도 내야한다. 농협생명은 작년 10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630억원을 농지비로 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2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501억원)보다 75.8% 감소했음에도, 농지비는 작년 상반기 31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81억원으로 18% 늘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는 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농지비 부과 기준은 50여개가 넘는 농협 계열사 모두에 해당하는 사안인 만큼 농협생명 사례만을 두고 농지비율 부과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 됐다. 농협생명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와의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차원에서 조건부로 농지비 부과율을 조정하거나, 매출 근간을 다른 기준으로 바꾸는 등 여러 방식의 논의가 있었지만 중앙회의 대세 의견은 농지비 산정방식 변경이 어렵다는 데 모아졌다"고 했다.

농협중앙회는 이런 입장을 금감원과 국회에도 꾸준히 알리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입장을 이해해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농지비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다. 농협중앙회는 오는 11월 말에 열릴 '농업지원사업비 운영협의회'에서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납부해야 할 농지비 금액을 확정한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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