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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환해진 車엔진룸…오렌지색 신소재에 깜짝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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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독일 특수화학 회사 랑세스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된 `K2019` 박람회에서 고압전류에도 변색이 없는 전기차용 오렌지색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품을 선보였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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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10 화학사를 비롯한 국내 주요 화학업체들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소재산업 박람회 'K2019'에서 신소재를 들고 격돌했다. 'K2019' 박람회에 참가한 글로벌 화학사들은 첨단·고부가가치 소재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로 '뉴모빌리티'와 '순환경제'를 꼽았다. 전기차·수소연료 전기차 등 내연기관을 대체할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소재·부품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여기에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친환경을 넘어서 자원의 생산·회수·재활용까지 염두에 둔 순환경제 제품으로 미래 시장 선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2019' 박람회는 3년마다 개최되는 행사로, 올해는 16일부터 23일(현지시간)까지 열린다. 올해는 총 60개국에서 3300여 개 글로벌 화학기업이 참가했다. 독일 바스프, 미국 다우·듀폰, 일본 미쓰비시화학 등 글로벌 톱티어 화학사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LG화학·SK종합화학·효성 등 24개 국내 화학·소재사가 대거 참여했다.

이들 업체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가장 큰 신규 시장 중 하나가 '뉴모빌리티'다. 내연기관이 들어갈 자리에 배터리가 들어가게 되면 모든 부품들이 높은 전압을 견뎌야 하고, 무게도 가벼워져야 하기 때문에 소재사들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혔다. 가장 대표적 현상이 자동차 엔진룸을 열면 검은색·회색 일색이던 부품 색상이 오렌지색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오렌지색 플라스틱 소재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산업 제품에 위험의 상징으로 소량 쓰였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차체가 고압전류 제품이기 때문에 부품 주문이 점점 오렌지색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일 특수화학 소재사인 랑세스는 K2019에 고전압 상태에서도 변색이 없는 오렌지색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품을 들고나왔다. 랑세스 악셀 투클렌스키 글로벌 연구개발(R&D) 총괄은 "검정 부품은 변색이 없지만 오렌지색은 변색이 심하다는 게 완성차·부품사들의 불만이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0시간 동안 300~400V, 130도의 고온에서도 변색이 없는 오렌지색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품 무게를 최대한 줄이는 경량화도 소재업체들에 큰 과제다. 글로벌 최대 화학사인 독일 바스프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퓨얼셀 부품을 3D프린터로 찍어내 경량화에 성공한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 리튬이온 배터리로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화학사 아사히카세이는 노벨상 마케팅을 톡톡히 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명예펠로가 만든 초경량 배터리와 이를 활용한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선보여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특히 국내 화학업체들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순환경제' 소재 등을 대거 선보였다. 순환경제란 일반적인 대량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소재 생산 단계부터 회수·재활용까지 전 단계를 순환할 수 있게 만든다는 개념이다.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서 생산자가 회수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최근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 등이 큰 화두가 되면서 소비자들이 순환경제 소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화학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전시장을 꾸린 LG화학은 순환경제 시장을 노린 자동차 내외장재, 탄소나노튜브(CNT), 작물보호제 등을 선보였다. 정찬식 LG화학 부사장은 "유럽 고객사들은 이미 폐기물을 줄이는 식의 친환경 제품을 떠나서 순환경제 쪽으로 빠른 속도로 이전해 가고 있다"며 "전략시장인 유럽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순환경제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화학사인 아르케마의 고기능성 폴리머사업부를 인수한 SK종합화학도 K2019에서 친환경 패키징 제품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완제 SK종합화학 본부장은 "플라스틱 소재를 고기능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 프랑스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인수한 만큼 향후 신규 소재·포장재 활용 기술에 대해 R&D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뒤셀도르프(독일)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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