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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신장 인권탄압 中, 가족동원 해외 위구르족에 침묵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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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당국, 간첩행위 요구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신장(新疆) 웨이우얼 자치구 인권탄압 문제로 비판을 받는 중국이 본국에 남은 가족을 볼모로 해외 거주 위구르인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위구르인 압두제릴 에멧(54)은 독일 의회에서 열린 인권 청문회를 방청한 뒤 신장 지역에 사는 여자 형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일 홍콩의 한 경찰서 밖에서 중국 당국의 신장 위구르에서의 인권탄압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위구르의 수용·구금 실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홍콩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3년 만에 통화를 하게 된 가족은 공산당 찬양하고 공산당 치하에서 삶이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이상한 눈치를 챈 에멧은 전화기 건너편에서 대화 도중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신원을 물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다시 수화기를 넘겨받은 여자 형제는 이어 에멧에게 독일 내 활동 중단을 종용하며 울먹거렸다.

에멧은 잠시 후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으로부터 "당신이 독일에서 활동하는 동안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독일에 귀화한 에멧은 망명 위구르족 단체인 '세계위구르의회'(WUC)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 통화가 중국 보안원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인과 소수 이슬람교도를 수용소에 억류한 정책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려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유럽과 미국에 거주하는 다른 위구르인 2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러한 '위협'이 폭넓게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에 거주하는 위구르인도 신장에 남아있는 가족을 이용한 위협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며 일부는 중국을 위한 간첩 활동도 요구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에멧은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정부도 나를 위협하려고 가족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외 거주 위구르인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중국 관리들은 개인 모임과 이름, 연락처, 주소, 자동차 번호 정보까지 요구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중국 보안요원들은 그 보상으로 현금을 제안하고 신장을 방문할 수 있는 비자나 현지 가족에게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중국의 위협이 해외 거주 위구르인의 입을 막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굴후마르 하이티와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신장 지역 수용소로 사라지자 프랑스 TV에 나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의 협박 이후 그는 지난 3월 제네바에서 열린 인권 관련 회의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신장 인권탄압 문제를 연구하는 아드리안 젠즈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최대 실수는 중국이 그냥 넘어가게 묵인하는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더욱 대담해진다"며 "중국에 맞서는 통합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베를린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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