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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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경기에서 한국과 북한이 비긴 것이 오히려 여러 사람 목숨 살린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16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가 무응원, 무승부, 무취재, 무중계로 진행됐지만, 덕분에 4가지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태 전 공사는 이번 남북 축구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김정은의 체면을 살렸다"고 했다. 북한이 10월 13일 체육절을 맞이해 체육 강국을 주창해 왔는데, 이번 경기에서 한국에 졌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에 훼손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축구 관계자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축구 실무자들이 김 위원장의 권위를 보호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목숨도 지키고, 대한민국 선수들도 살린 격이 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북한이 패배로 끝났다면 북한 축구 선수들은 어떤 운명이 차려질 것인지 알고 있었다"며 "만약 한국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북한 선수들은 눈에서 불이 났을 것이다. 그러면 펄펄 날았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 선수들이 다치지 않는다는 담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한국의 손흥민 선수가 다쳐서 축구를 못 하게 됐다면 남북 관계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선 분노로 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축구가 무승부로 끝난 것이 한국 축구팀의 체력 보존을 위해서도 매우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며 그래도 남북이 아직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을 지킬 수 있었다. 최선의 결과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평양 원정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축구대표팀은 모두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손흥민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우리는 거의 없었는데 북측 선수들이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한 것은 사실"이라며 "축구에서 몸싸움은 당연히 허용되지만, 누가 보다 북한 선수들이 거칠게 들어오는 상황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심한 욕설도 많이 들었다며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기였다고 털어놨다.
이번 평양 원정에서 대표팀의 단장으로 참가한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전쟁 치르듯이 경기를 했다. "상대는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있었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경기가 많이 거칠었다. 팔꿈치와 손을 많이 사용했고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는 상대 주먹이 들어오기도 했다"며 "우리는 기술적인 축구를 하려했고 선수들이 부상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원정 경기에서 승점을 획득한 것은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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