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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심부름앱 부르니 성범죄 전과자가”…늘어나는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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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취업 제한 적발 1년 사이 6배

중앙일보

[청와대 웹사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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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배달업체에서 성범죄자가 일을 못 하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경기도 용인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라고 밝힌 청원자는 “최근 동네에서 성범죄자가 배달 대행 이름이 써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성범죄자 우편물이 오는데 인상착의가 특이하고 신체적 특징이 있어 기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청원자는 “배달대행업체 사장과 통화했지만 성범죄자인 걸 알고 고용했다며 영업방해로 나를 고소하겠다고 했다”며 “고소하는 건 상관없지만 성범죄자는 고객을 직접 만나고, 특히 집에 찾아가는 직업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토바이 배달, 지하철 택배 제한 못 해



지난달 19일에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폭행범이 심부름 업체 ‘헬퍼(helper)’로 와 성범죄를 당할 뻔했다”며 “해당 업체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주민등록증만 보여주면 누구나 헬퍼로 쓸 수 있는데 성범죄자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화를 낸다”면서 업체도 처벌하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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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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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글에 따르면 청원자는 지난해 6월 가구 배치를 위해 심부름 애플리케이션에서 헬퍼를 고용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 알고 보니 이 헬퍼는 수차례의 성폭력 전과로 15년형을 복역한 성범죄자였다.

성폭력을 시도하던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청원자는 “성범죄자가 전화번호, 집 주소, 애 얼굴을 다 안다며 협박한 것을 잊을 수 없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숨어지내듯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고용업체는 ‘내 잘못 아냐’”



성범죄자 취업과 관련한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성범죄자는 최대 20년까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운전 업무를 할 수 없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달·택배업 등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이인환 변호사(법무법인 제하)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퀵 배달, 음식 배달이나 지하철 택배는 법에서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범죄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을 적용받아 유치원, 학교, 학원, 어린이집,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의료기관 등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제한 범위가 한정적이다. 이 변호사는 “가령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인으로 취업 제한을 특정한다”고 설명했다. 심부름 앱 같은 신규 업종 역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중앙일보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전과자 갱생과 사회 안전, 균형 찾아야”



현행법상 직원을 고용할 때 범죄 경력 조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성범죄자 취업과 관련해 고용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다만 위에서 밝힌 취업 제한 업종에서 성범죄 이력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고용주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성가족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취업 제한 기관에 취업했다 적발된 성범죄자는 2017년 24명에서 2018년 163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적발된 164개 기관의 업종별 현황을 보면 당구장, 헬스장, 태권도 학원 같은 체육시설이 48개로 가장 많았고 학원이 32개, PC방이 21개였다.

신 의원은 “성범죄자 취업 제한 사각지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관련 제도의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인환 변호사는 “전과자 갱생이나 사회 복귀와 사회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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