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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남북축구 문자 중계한 북한과 대화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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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은 그제 평양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남북 축구대결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성싶다. TV 생중계가 아닌 문자로, 그것도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몇 단계나 거쳐 경기 상황을 전해 듣는 황당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기장엔 관중이나 취재진의 입장도 허용되지 않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이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경기’라는 제목으로 “중계방송도, 팬도, 외신도, 그리고 골도 없었다”고 비아냥거렸을 정도다.

북한은 우리 언론의 생중계는 물론 취재·응원단의 방북도 불허했다. 심지어 선수단의 직항로 이용도 허용하지 않아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들어가야 했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비난 수위를 높이고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자행하는 것은 물론 당국 간 대화와 민간교류까지 중단시켰다. 그 연장선에서 순수한 스포츠 행사에까지 정치를 개입시켜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황당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북한의 폐쇄적이고 막무가내식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 역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만큼 북한의 억지와 생떼는 일상다반사다. 제어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정부와 축구협회의 안이한 대응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부당한 처사에 직접 항의하거나 국제축구협회(FIF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해결했어야 했다. 막혀 있는 남북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보겠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북한의 눈치를 보며 저자세로 일관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번 사태로 북한은 ‘국제 규범’을 지키지 않는 비정상적인 나라라는 게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축구시합 하나를 놓고도 이렇게 제멋대로인데 과연 제대로 된 대화와 교류·협력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남북은 지난해 판문점 선언을 통해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위해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약속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말과 행동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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