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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웅동학원 채용비리 시험지, 조국 母 집에서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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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가 운영해온 웅동학원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조 장관 동생 조모씨가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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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국 전 법무장관 모친 박정숙(81·웅동학원 이사장)씨가 교사 부정 채용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조 전 장관 동생 조모(52)씨가 빼돌린 교사 필기시험 문제가 모친 박씨 자택에서 유출된 것이다.

이날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실이 공개한 조씨의 공범 2명의 공소장을 보면 박씨가 돕거나 묵인하지 않고는 범행이 성공하기 어려웠을 대목이 보인다. 조 전 장관 동생 조씨는 지난 9일 교사 채용 대가로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앞서 조씨와 응시자 부모 사이에서 돈 심부름을 한 A씨 등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 동생 조씨의 범행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웅동중학교 사회과 정교사 1명씩을 채용하면서 1억3000만원과 8000만원을 각각 받아챙겼다. 우선 계약금을 받은 뒤 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넘겨줄 때 잔금을 받는 방식이었다. 1차 필기뿐만 아니라 2차 실기 및 면접시험의 예상 문제도 시험 전에 미리 알려줬다. 합격한 두 교사는 필기시험의 경우 모두 만점을 받았고, 면접 점수도 응시자 중 최고점 수준이었다. 2017년 합격한 교사의 경우 당초 조씨 측이 1억원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망설이자 2000만원을 깎아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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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집안이 소유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정문./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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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사장인 박씨의 관여 여부다. 조씨가 교사들에게 미리 빼내준 시험지와 답안지는 이사장 박씨만 보관하도록 돼 있었고, 시험 1시간 전 공개하도록 돼 있던 것이다. 실제 박씨는 자택에 시험지와 답안지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문제는 며느리이자,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가 근무하는 경북 영주시 동양대에 의뢰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씨가 임의로 가져왔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모친 박씨가 공모해 유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동양대는 문제 출제를 의뢰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시 재단이사를 지낸 정씨 등의 관여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또 수업실기와 면접을 보는 2차 시험은 웅동중 교장과 교감 두 사람이 문제를 출제하고, 시험 당일 출력해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조씨가 응시자들에게 예상문제를 미리 알려준 것은 약 2~3일 전이었다. 이사장인 박씨를 통해 조씨가 문제를 빼냈거나, 직접 교장과 교감 등을 통해 유출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 범행은 지난 8월 조 전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웅동학원 교사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당시 조씨는 공범들에게 필리핀으로 도피하라고 지시한 뒤 차명계좌 등을 통해 공범 A씨에게 300만원을 건넨 혐의(범인도피)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모친 박씨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조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박씨에게 출석을 요청하거나 일정을 조율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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