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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기업에서도 노조에서도 의사결정 소외된 ‘여성 대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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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072개 상장기업 임원 중 여성은 4%(1199명)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내이사는 4.4%, 사외이사는 3.1%이며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상장기업은 68%에 달했다. 지난해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조항이 신설된 후 정부가 첫 전수조사한 상장기업에서 ‘유리천장’의 실상이 공식 기록된 셈이다. 전날 글로벌 금융회사(크레디트스위스)가 발표한 3000여 세계기업의 평균 여성임원 20.6%와 견주면 천양지차다. 16일자 경향신문에 소개된 민주노총 252개 사업장의 ‘성평등 지수’도 다를 바 없다. 1995년 노총 출범 후 처음 한 조사에서 여성 노조대표자는 12%뿐이고, 집행·의결기구에 여성 임원이 없는 노조는 54%에 달했다. 노사 협상을 하는 교섭위원에 여성이 없는 조직도 60%였다. 진보적 노동·사회운동을 표방한 단체로선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임원·노조 두 조사의 메시지는 또렷하다. 사측도, 노조도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여성들이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후유증은 크다. 근래 노사 갈등은 여성 사업장에서 대거 분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KTX 여승무원, 대형마트 캐셔, 톨게이트 여성수납원, 학교급식조리원이 대표적이다. 여성·비정규직이 더해져 ‘사회적 약자’를 양산해온 세상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임신·육아·채용 시 여성 차별을 금지한 단협은 민주노총 지부에서 절반도 채택하지 않았다. 단연코 여성 목소리가 노조의 변방에 있는 이유도 클 것이다. 한국은 여성노동자 평균임금(245만원)이 남성과 30% 이상 벌어진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이다. 여성 평균근속연수(4.9년)는 남성의 66%에 그치고 그 격차는 나이들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저임금·비정규직·경력단절이 악순환하는 ‘유리벽 사회’의 정점에 여성임원 숫자 4%가 있는 셈이다.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도 올해 목표(18%)와 현실(14%)은 괴리가 크다. 올 국감에서 질타받은 금융공공기관 여성임원은 6.5%, 발전5사 여성관리자는 5%였다. 임직원 1만3000명인 건강보험공단엔 여성임원이 2년째 없다. 이런 거북이걸음이면 2020년 20%로 잡은 공공기관 여성임원 목표는 공염불이다. 대학진학률도, 국가공무원 수도 앞지르기 시작한 여성은 저출산고령사회에서 노동과 성장을 이끌어나갈 대안이다. 커지는 무게만큼 사회·기업에서의 대표성도 더 높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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