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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냄새 심해 일부러 돌아가요"…'개방형' 실외 흡연시설,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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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개방형 실외 흡연시설이 오히려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정작 간접흡연을 막는데에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흡연구역마저 줄어들면서 흡연자들을 '무법지대'로 내몬다는 볼멘소리도 이어진다. 애꿎은 흡연자만 '범인' 역할을 맡게 됐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시 금연구역 지정은 15만5143곳이 늘었지만, 실외 흡연시설은 63곳에 불과했다.



얼마 없는 실외 흡연시설 조차도 '간접흡연'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 실외 흡연시설은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환풍기를 통해 공기 순환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이 흡연시설은 환풍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늘 따라다녔다. 장소가 협소해 흡연자가 많이 몰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흡연자들은 코 앞에 흡연시설을 두고도 주변에서 담배를 태우는 일이 잦았다. 이는 주변을 지나다니는 비흡연자가 '간접흡연'을 하게되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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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일대 한 흡연실, 시민들이 다니는 도보 바로 옆에 흡연시설이 위치한다. (사진=고정훈)


서울 성동구 일대 한 흡연실, 시민들이 다니는 인도 바로 옆에 흡연시설이 위치해 있다. (사진=고정훈)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설치되는 실외 흡연시설은 대부분 '개방형' 구조를 택했다. 보다 원활한 공기 순환을 위해 환풍기를 없애고, 막혀 있는 공간은 텄다. 이 개방형 흡연시설은 흡연 후 남는 특유의 '쩐내' 등이 줄어 흡연자들로부터 "이용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개방형 흡연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인도 인근에도 무분별하게 설치되기 때문이다. 환풍기가 없어진 상태에서 흡연시설과 인도 사이에는 칸막이 하나가 전부다. 때문에 담배냄새가 인도까지 넘어올 수 밖에 없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흡연시설을 지나던 50대 A씨는 "이곳은 지나갈 때마다 담배냄새가 너무 심하게 난다. 가끔은 일부러 멀리 돌아서 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이 되면 흡연자들이 많이 몰려들어 담배냄새가 통행로까지 난다"고 꼬집었다.



담배업계 관계자도 "간접흡연을 둘러싼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이 몇년 째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 흡연을 범죄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다들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흡연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정부는 실내 금연구역을 점차 늘리고 있다. 2008년 금연권장구역인 금연정류소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는 음식점과 영업소를 포함해 일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원과 광장 등 공용시설에 전면 금연구역을 시행한 상태다.



금연구역 확대는 올해도 계속됐다. 정부는 지난 2월 아파트 실내 흡연을 금지했다. 일반적으로 흡연자들이 찾는 흡연카페 역시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오는 12월 31일부터는 어린이집 근처 10m 이내를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금연구역만 확대되자 흡연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정도다.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흡연공간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 결과, 흡연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9.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40대 회사원 B씨는 "서울로 출장 갈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흡연구역을 찾아 다니곤 한다. 강남쪽은 골목에서 담배를 태우더라도 단속원이 갑자기 나타나 벌금을 부과하는 일이 많다. 솔직히 불쾌하다"고 털어놨다.



한국 전자담배협회 김도환 회장은 "정부가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현재 흡연시설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며 "실외 흡연실 확대는 오히려 간접흡연과 담배꽁초 무단 투기가 줄어드는 순기능이 있다. 정부는 무조건 흡연은 안된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흡연자 입장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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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실외 흡연시설, 도보와 흡연실이 가깝게 위치해 있다. (사진=고정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실외 흡연시설.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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