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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미래차 비전 선포… 경제는 이벤트로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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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부가 어제 경기 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미래차산업 국가비전을 선포했다. 2027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를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도로로 만들고, 연구·현장 인력 2000명을 양성해 핵심 소재·부품 자립도를 80%로 높이기로 했다. 기술 경쟁력 확보는 우리의 지상 과제다. 미래차만 그런 것도 아니다. 반도체·생명공학·통신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문치고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구호를 외친다고 1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을 좀먹는 정책이 판을 치면 산업은 오히려 고사하고 만다.

미래차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혁신을 무수히 외쳤지만 미래차 경쟁력은 세계 경쟁에서 뒤떨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7위로 밀려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미래차 분야에서 중국에도 밀린다고 한다. 자율주행 기술력은 세계 10위권 밖이며, 자율주행차의 핵심 센서와 반도체 기술력은 미국·독일의 30∼80%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2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기업과 자율주행기술 개발 합작회사를 만든 것도 뒤떨어진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 이유는 거미줄 규제가 신산업의 숨통을 막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만 봐도 ‘운전자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 하나 고치지 못해 무인 자율주행차 거리 테스트는 꿈도 꾸지 못한다. 자율주행 택배 모델을 개발한 서울공대 스타트업은 미국에서 시범 서비스를 해야 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은 이중 삼중 규제에 묶여 무엇 하나 신기술을 꽃피우기 힘들다. 스타트업 기업에서는 “한국은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의 반기업 정책은 투자 의욕마저 꺾어 투자자금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우리 목표는 2030년까지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구호를 외치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매달리면서 ‘산업 경쟁력 강화’ 구호 한번 제대로 외쳐본 적이 없다. 삼성에 이어 현대차를 방문한 문 대통령의 말은 그런 점에서 ‘이벤트성 구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미래를 걱정한다면 반기업 정책부터 청산해야 한다.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을 핵심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벤트 구호만 외쳐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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