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사설] 권한남용 우려 낳는 공수처법, 왜 밀어붙이는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검찰 특수부 축소 졸속 추진 / 민주당 “검찰개혁 핵심은 공수처” / 여권부터 ‘조국 블랙홀’ 벗어나야

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후 여권이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특별수사부를 축소하고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검찰 특수부는 서울·대구·광주를 제외하고 모두 폐지되고 이름도 반부패수사부로 바뀌어 4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검찰개혁의 핵심 조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라고 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지난 4월 합의한 ‘선(先) 선거법 처리’에 개의치 않고 오는 29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을 먼저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사회는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 지난 두 달 동안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그의 사퇴 이후 양쪽으로 찢어진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국정 최우선 과제다. 그런 판국에 민주당이 여야 대치가 자명한 공수처법 처리를 시급한 현안으로 꼽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수처법안은 처장 임면권이 대통령에게 있어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기 어렵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공수처 권한 남용 우려에 대해 “공수처장이 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더구나 한국당이 “공수처는 검찰 장악을 위한 것”이라고 성토하고, 다른 야당들도 공수처법 우선 처리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자칫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국론분열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한다는 것은 오기다. 이런 일방통행과 독선이 조국 사태를 부른 근본 원인이 아닌가. 이번 검찰기구 개편도 졸속으로 이뤄졌다. 대통령령을 개정하면서 입법예고나 차관회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예규에 따라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 법무부 담당 검사를 업무에서 배제한 뒤 서둘러 진행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국정 현안에는 공수처법보다 시급한 민생·경제 과제가 즐비하다. 우리 경제는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도 한국당을 겨냥해 “국회는 민생을 챙기면서 제발 일 좀 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실행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권이 시급한 현안을 미룬 채 검찰개혁에만 매달린다면 ‘조국 구하기 2탄’이라는 의심을 받을 것이다. 여권부터 ‘조국 블랙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