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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평양 깜깜이 현실화…벤투 출사표 하루 뒤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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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평양 도착 대표팀, 연락두절

인터넷 안돼 AFC 통해 겨우 동선 확인

8시간만에 연락닿아, 기자회견 내용 전송

축구팬들, 오늘은 AFC 문자중계로 봐야

중앙일보

한국축구대표팀 벤투(오른쪽) 감독과 수비수 이용(왼쪽)이 14일 평양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 사진과 내용은 한국에는 하루 뒤에야 전해졌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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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원정 깜깜이’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평양 원정을 떠난 한국축구대표팀의 기자회견 내용이 하루 뒤에야 도착했다.

한국남자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30분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해 오후 4시10분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동이 지연된 대표팀은 숙소도 못들르고 곧바로 경기장으로 향했다. 예정보다 늦게 김일성경기장 인조잔디에서 훈련했다. 기자회견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오른쪽 수비수 이용(전북)이 참가했고, 북한기자 5명이 취재했다.

북한은 휴대폰 반입이 금지인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평양 원정에 동행한 축구협회 직원을 통해 PC 메신저로 기자단에 상황을 전하려했다. 축구협회는 14일 오후 10시38분경 기자단에 벤투 감독 기자회견 사진, 선수들이 김일성경기장을 밟은 사진을 제공했다. 하지만 인터넷 연결이 여의치 않아 아시아축구연맹을 통해 전달받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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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14일 아시아축구연맹을 통해 전달받은 기자회견 모습.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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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은 물론 축구협회도 도착당일 자정까지 ‘벤투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무슨말을 했는지’, ‘왜 호텔도 못들르고 곧장 경기장으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AFC가 아니었다면 몸값 1000억원이 넘는 손흥민(27·토트넘)을 비롯한 우리 선수들은 사실상 행방불명 신세나 다름없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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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김일성경기장 인조잔디에서 첫 훈련에 나선 축구대표팀 백승호.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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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는 15일 0시30분에 이메일을 통해 평양원정에 동행한 축구협회 직원과 연락이 닿았다. 평양에 도착한지 8시간만이다. 15일 오전 8시경 기자단에 벤투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했다. 벤투 감독은 “북한은 투지가 돋보인다. 우리는 우리 스타일대로 승점 3점을 얻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 현지에서 PC 카카오톡과 왓츠앱 연결이 되지 않았다. 현지파견된 축구협회 직원들이 경기장에서 국내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 숙소인 고려호텔로 이동해 이메일로 전송하느라 하루 늦게 전달됐다”고 전했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전날 대표팀은 일정지연으로 공항에서 오후 6시40분에야 출발했다. 원래 예정됐던 오후 7시가 아닌 오후 8시25분부터 김일성경기장에서 50분간 훈련했다. 선수단 버스가 평양시내를 50km 안팎의 저속으로 달려서 더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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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김일성경기장 인조잔디에서 첫 훈련에 나선 축구대표팀.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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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코미디 같은 상황은, 경기당일인 15일 극에 달할 전망이다. TV중계 불발로 국내축구팬들은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문자중계를 봐야하는 처지다. 그러나 AFC와 FIFA 문자중계는 득점시간, 득점선수, 경고, 교체 등 기본적인 정보만 제공한다.

만약 손흥민이 전반 15분에 선제골을 터트렸다면, “15’ Son H M (Korea Republic) scores”라고만 표기된다. 실시간으로 손흥민이 헤딩골을 넣었는지, 오버헤드킥골을 넣었는지 알 수 없다. 페널티킥 정도만 기입된다. AFC가 경기 후 홈페이지에 매치리포트를 통해 경기 상보와 골영상을 올리지만, 업데이트까지 시간이 걸린다.

서울 기자단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양팀 득점, 경고, 선수교체를 제외한 상황은 전달받기 어렵다. 축구협회는 경기 후 기자회견내용을 녹음 후 전달할 예정인데, 용량으로 전달이 어려울 경우 텍스트로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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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아시아축구연맹이 홈페이지를 통해 문자중계한 한국과 스리랑카전. 득점시간과 선수, 교체, 경고 등 기본정보만 제공한다. [사진 AF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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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날 평양 고려호텔과 정부서울청사에 각기 상황실을 가동해 경기진행 상황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인터넷과 국제전화 같은 통신수단을 보장해줘야 가능한 처지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보면 정부 대응은 미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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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한국 나상호가 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에게 안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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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달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2차예선 1차전을 치렀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61) 대통령이 사실상 독재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도 흔쾌히 TV 생중계와 한국기자 입국을 허용했다. 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한은 정치 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폐쇄성을 드러내고 있다.

애꿎은 한국팬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축구팬들은 포털사이트에 ‘21세기에 축구를 글로봐야한다’, ‘축구 한경기로도 이러는데 2032 년올림픽은 어떻게 공동개최를 추진하겠냐’는 댓글을 달았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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