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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라임 “환매 연기 펀드규모 최대 1조3000억원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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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원종준(오른쪽)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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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투자자 불안을 키우고 있는 라임자산운용(라임)이 자사 펀드 환매 연기 규모가 1조3,000억원대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임 측은 사모채권과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한 펀드의 경우 투자금의 70%를 내년까지 상환한다는 입장인데, 펀드 유동성 악화의 근본 원인인 투자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얼마나 개선될지가 약속 이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14일 라임은 환매 연기 사태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날까지 환매 연기가 결정된 펀드의 규모와 향후 상환 계획을 공개했다. 라임은 지난 10일 환매 연기가 결정된 사모채권 투자 펀드 ‘플루토 FI D-1호’와 CBㆍBW 등 메자닌(주식ㆍ채권의 혼합형 증권)에 투자하는 펀드 ‘테티스 2호’에 이어 이날 해외 무역회사에 투자하는 ‘라임무역금융’ 펀드 2,436억원에 대해서도 추가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만기가 됐을 때 상환금 지급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펀드의 규모가 4,897억원이어서 전체 환매연기 펀드 규모는 최대 1조3,363억원으로 추정된다. 원종준 대표는 간담회에서 “투자금을 원래 일정대로 돌려드리지 못해 금융투자업계의 신뢰를 저하시킨 점에 대해 이유불문하고 사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일보

라임자산운용/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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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알려진 대로 라임 측은 이번 상환 연기 사태의 원인을 자산 유동화 문제로 지목했다. 사모채권 펀드의 경우 일부 채권의 부실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고, 메자닌은 투자 기업들의 주가가 올라가야 수익을 볼 수 있는데 7월부터 코스닥 시장이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역금융의 경우 북미ㆍ남미 지역에 투자한 펀드들의 투자 회수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라임 측은 원금 손실 우려를 두고 “가능성이 낮다”고 해명했다. 이종필 부사장은 “회계법인과 보수적으로 실사한 결과 등을 종합하면 추가적인 자산가치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원금과 이자를 더해 투자금을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임 측은 펀드 수익에 따른 성과보수를 없애고 운용보수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서 투자금 상환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상환 일정에 대해선 라임 측은 사모채권ㆍ메자닌 펀드는 내년까지는 투자금의 70%가량을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메자닌은 6개월 내에 투자금의 40%를, 사모채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30~40%를 각각 돌려주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무역금융 펀드는 투자금 60%는 2년 8개월 뒤, 나머지는 4년 8개월 뒤에야 상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라임 측이 앞으로 투자금 상환 과정에서 외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장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임이 투자금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으로 지난 8월부터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은 데 이어 펀드 환매 연기 결정까지 내리면서 신뢰가 떨어진 터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이 사들인 사모채권과 CBㆍBW는 부실 위험이 큰 비우량 자산들이어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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