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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실탄 3.6조 늘린 금융지주…M&A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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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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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4대 금융지주사가 4조원에 가까운 자본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지주사를 출범시킨 우리금융지주가 1조원 규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기자본을 과감하게 늘렸으며 신한금융지주 또한 자본금이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재무건전성 확보와 함께 바뀐 예대율 규제를 맞추고 대규모 인수·합병(M&A)에도 대비한 실탄 쌓기라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5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5년 후 중도상환(콜옵션) 조건이 붙은 영구채로 금리는 연 3.32%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갖지만 재무지표 산정 때 자본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금융지주사의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7월에도 5000억원(연 3.49%) 규모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달 발행은 7월보다 금리를 0.17%포인트 낮춰 이자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누렸다. 두 차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영향으로 우리금융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6월 말 11.1%에서 11.5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지주사 전환에 따른 호재 등으로 영구채가 성공적으로 발행됐다"며 "글로벌 무역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 확충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6월과 지난달에 각각 3000억원, 4000억원 규모 원화 후순위채권(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도 성공했다. 후순위채 역시 BIS 비율 산정 시 100%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우리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몸집 불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5월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4월에 75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 6월에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8월에는 59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각각 발행했다. 올해 4대 금융지주가 확충한 자본만 3조6400억원에 달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본 확충이 재무건전성 목적 외에 M&A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6월 말 기준 BIS 비율은 KB금융(14.94%)이 가장 높고 하나금융(14.69%) 신한금융(14.27%)이 14%대를 기록 중이다.

우리금융은 11.1%로 상대적으로 낮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내년 3월 말까지 BIS 비율 11.5% 이상을 달성하라는 목표를 부여받았는데, 최근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이 기준을 조기에 달성했다.

재무건전성이 높아지고 자본이 늘어나는 만큼 '리딩뱅크'를 차지하기 위한 대형 M&A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 자산운용사 2곳과 부동산신탁회사 1곳을 인수한 우리금융은 내년 초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캐피탈은 현재 펀드 형태로 우리은행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아주저축은행은 아주캐피탈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신한금융도 늘어난 자본 여력을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 인수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2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2조2989억원에 인수한 뒤 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신한금융은 잔여 지분을 인수해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만들 예정인데, 현재 오렌지라이프 주가가 하락해 신한금융으로서는 호재다. 기존 인수가가 4만7400원이었던 반면 14일 종가는 이보다 40% 낮은 2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생명보험사 인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KB금융도 자본 확충이 좋은 실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에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신한지주의 추정 순이익은 9777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사 중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준으로 KB금융은 9346억원, 하나금융은 8012억원, 우리금융은 5702억원으로 예상된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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