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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기고] ‘위기의 전조’ 논란… ‘4차 양적완화 시작’ 전망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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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레포 금리 급등 영향

최근 미국 레포(환매조건부채권)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레포금리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10%까지 치솟았는데, 이런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일어난 일이다.

다행히도 이번 레포금리 급등은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기업들이 세금 납부를 위해 MMF(머니마켓펀드) 계정에서 자금을 인출했고, 같은 날 78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해당 금액을 미 재무부에 납부해야 하는 날이라 일시적으로 시장에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김정현 IBK기업은행 WM사업부 연구위원


하지만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레포금리 급등이 위기의 전조라는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말 금융위기 직전처럼 단기 금융시장에 자금 경색이 심화되고 금융시스템에 위기가 찾아오는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까.

과거 대공황이나 금융위기 등을 관통하는 공통의 키워드는 과잉 유동성이다. 지금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고 경기 둔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 은행들이 대출 스탠스를 강화하고 이에 따라 자금경색이 발생하면 또다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위기 발생 전 단기 금리 급등은 레포금리뿐만 아니라 리보금리, 미국 국채 3개월 수익률과 리보(LIBOR) 간의 차이인 테드 스프레드(TED Spread) 등의 급등도 동반된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리보금리와 TED 스프레드 등은 급등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요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레포금리 급등은 미국 국채에 대한 과도한 투자 때문이다. 미국 은행은 물론 시장 참여자들이 너도나도 미국 국채를 매입하고 레포 시장에서 기존에 매입한 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려 또 국채를 매수하는 거래를 하면서 국채 가격은 급등하고 시중 유동성은 메말라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럼 국채에 대한 수요는 왜 이렇게 급증하고 있을까?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선진국 장기 국채를 매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레포금리 급등이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국채 수요 급증이라고 본다면 침체에 대비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한편에선 미국 레포금리 급등 영향으로 미국의 4차 양적완화(QE)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단기 금융시장의 금리 급등, 즉 유동성 부족으로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4차 양적완화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과 11월 대규모 국채 만기 도래, 10월 중순까지 레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언급 등을 근거로 이달 말 예정된 FOMC에서 4차 양적완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파월 의장은 연준 대차대조표의 확대를 언급하면서 유기적 확대(organic growth)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유기적 확대의 의미는 경제규모의 팽창과 맞물려 연준의 자산과 부채 규모가 동시에 늘어나게 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양적 완화라는 대차대조표 확대방식과는 다르다.

연준이 아직 금리 인하의 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추후 경기 침체가 발생할 때 쓸 수 있는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섣불리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현 IBK기업은행 WM사업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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