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예선을 위해 평양 원정길에 오르는 한국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13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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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가대표팀의 어떤 선수도 밟아보지 못한 평양 김일성경기장. 인조잔디에 한국을 응원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이 5만여 북한 관중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 경기를 펼쳐야 한다. 게다가 TV 생중계도 없다. 북한에 가기 위해서는 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에 휴대전화도 반납해야 하고 미국산 노트북은 반입 금지. 여기에 경기를 마치고 대표팀은 양말 한 짝까지도 모두 깔끔하게 챙겨 나와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가장 험난하고 낯설고 외로운 싸움을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 한국 대표팀은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북한 입국 비자를 받아 14일 평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한국과 북한은 15일 오후 5시 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 경기를 치른다. 현재 두 팀 모두 2승을 거뒀지만 한국이 골득실(+10)에서 북한(+3)을 앞서 조 1위에 올라 있다. 한국은 FIFA 랭킹에서 37위로 북한(113위)을 크게 앞서지만 '평양'이라는 변수는 크다.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7승8무1패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유일한 1패가 바로 1990년 평양 원정이었다. 당시 김주성의 선제골로 앞서다가 1대2로 역전패를 당했다. 게다가 북한은 2005년 이란전 이후 평양에서만큼은 A매치에서 져본 적이 없다. 에이스인 한광성(21·유벤투스)이 공격을 이끌고 끈끈한 수비진이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북한은 앞서 열린 4경기에서 모두 무실점 4연승 행진을 펼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변수는 '낯선 환경'이다.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김일성경기장은 천연잔디도 아닌 인조잔디 구장이다. 유소년 시절을 제외하고 인조잔디에서 경기를 해보지 않은 선수들의 적응력이 관건이다. '캡틴' 손흥민은 "함부르크 유스팀 시절 이후 인조잔디에서 뛰어본 적은 없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대한축구협회는 인조잔디용 축구화를 챙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동시에 북한에 대한 작전을 짜는 것만으로도 복잡하지만 대표팀에게 이것은 끝이 아니다.
대표팀은 평양 원정을 앞두고 독특하게 '행동수칙 교육'을 받았다. 유엔의 대북제재에 따른 주의 사항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대북제재와 관련해 지켜야 할 수칙이 많다"며 "북한에 반입하는 소지품에도 제약이 따른다. 미국산 노트북 등은 가져가지 말도록 했다. 더불어 국내에서 가지고 나간 물품은 그대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수와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도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일괄적으로 맡기고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
정신력이 더 중요해진 '평양 원정'. 벤투 감독도 선수들의 멘탈을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북한 원정을 두려할 필요 없다. 만약 지금 두려워하는 선수가 있다면 북한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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