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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조국에 매몰된 최악의 국감, 정부 실정 제대로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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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임위에서 ‘조국 난타전’ / 행정부 감시라는 본래 취지 퇴색 / 욕설·고함 내뱉는 추태도 여전

세계일보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출근하고 있다. 2019.10.10. photocdj@newsis.com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조국 블랙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가 ‘조국 이슈’에 매몰되면서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 국감 취지가 퇴색하고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 2일 시작된 국감은 처음부터 궤도를 이탈해 8일째인 어제도 교육위, 정무위, 법제사법위, 기획재정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를 둘러싼 난타전이 벌어졌다. 법원의 조 장관 동생 구속영장 기각 논란까지 더해져 여야의 공방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식이면 모든 상임위가 조국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마지막날까지 파행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역대 최악의 국감이다.

지난해에는 유치원 비리와 서울지하철공사 등 공기업 노조의 고용세습 문제가 국감을 달궜다. 그러나 올해는 이렇다 할 이슈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와 북·미 비핵화 협상, 한·일 갈등,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시급히 다뤄야 할 현안은 차고 넘치는데 모두 다 조국 사태에 묻혔다. 의원들도 차별화된 정책 질의를 성의껏 준비하지 않은 듯하다. 예전 같으면 매일 쏟아져야 할 감사자료가 올해는 크게 줄어든 게 이를 방증한다. 감사를 받는 정부 부처의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국감장에서 여야 대립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부 흥분한 중진의원들이 욕설을 내뱉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벌어진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국감에서는 자유한국당 소속 이종구 위원장이 참고인에게 혼잣말로 욕설을 했다. 7일 법사위에서는 한국당 소속 여상규 위원장이 의사진행에 항의하는 여당 의원에게 욕설을 했다. 행정안전위에서는 여야 간 “박근혜 탄핵 때 탄핵됐을 의원들” “야? 너 뭐라고 했어” 등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실망을 넘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조국 국감’ ‘맹탕 국감’과 더불어 ‘욕설 국감’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국감의 본래 취지를 되새겨야 할 때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하는, 국회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다. 국정 전반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면서 방만한 업무는 걸러내고,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으며, 재정 낭비는 없애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일 동안 진행되는 국감이 정치 공방에 파묻힌다면 국가로서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조 장관의 거취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자연히 정리가 될 것이다.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국회는 제 할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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