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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리땅,우리생물] 부추속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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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요리에 사용하는 식자재가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의 밥상에 오르는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는 매우 독특하고 다양하다. 마늘과 고구마의 줄기로 반찬을 만드는 민족이 있을까. 쑥으로 떡을 만들고 국을 만드는 나라는 있을까. 들깨의 잎을 절임이나 쌈으로 먹는 것도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 같다.

식물 연구를 시작한 후 필자는 식사할 때 음식이 어떤 식물로 만들어졌는지 관찰하기도 한다.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우리가 먹는 요리에 부추속(屬) 식물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마늘과 양파가 들어가지 않는 요리를 찾기란 힘들다. 세계적으로도 요리에 즐겨 사용하는 식재료인 마늘과 양파는 식물분류학적으로 모두 ‘알리움’이라는 부추속 식물이다. 등산하고 내려올 때나 비가 올 때면 생각나는 부추전과 파전 모두 부추속 식물로 만든 요리다. 그뿐만 아니라 봄나물인 산달래, 울릉도 특산식물인 산마늘도 우리나라 자생 부추류다.

우리의 밥상에 부추속 식물이 얼마나 애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단편적인 예로 삼겹살 먹을 때의 식탁을 들 수 있다.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삼겹살과 함께 구이용 양파와 마늘이 나오고, 파무침이나 절인 산마늘이 제공된다. 드물지 않게는 기본 반찬으로 부추전을 내어주기도 한다. 단군신화 역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얼마나 부추속 식물을 즐겨 먹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총 20종류의 부추속 식물이 자생하는데, 대부분이 특정 장소에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한라산의 습지에서 자라는 한라부추, 울릉도에서 자라는 두메부추, 월악산의 바위지대에 자라는 선부추, 가야산의 정상부에서 자라는 세모산부추, 덕유산 지리산에서만 자라는 둥근산부추 등이 그렇다. 자생 부추속 식물이 이처럼 우리 민족의 식문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니 새삼 달리 보이지 않는가.

김진석·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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