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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열린마당]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시대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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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사원이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5개 기관이 감사 대상이었지만 감사 조치사항 대상 기관은 서울교통공사로 집중됐다. 지방공기업 인사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해임할 것을 서울시장에게 통보했다. 조치사항으로만 보면 감사원이 심각한 채용비리 실태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런가.

세계일보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서울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한 대통령과 중앙정부보다 앞서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체계적으로 이행한 대표적인 광역단체다. 서울시가 노동정책을 시행하면 다른 광역단체가 본보기 삼아 뒤따른다는 의미의 ‘서울효과’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서울시 노동정책의 핵심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잘못됐다면 심각한 문제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모범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도해온 서울시 노동정책에 딴지를 걸고 있어 신중하게 그 진위를 따져봐야 한다.

핵심 사안인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과 관련해 감사원이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서울시가 해명한 내용을 보면, 감사원이 정규직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무기계약직은 고용이 보장되지만 차별을 감내해야 하므로 불합리한 고용형태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차별을 받아도 법적으로는 정규직으로 판정받아 차별시정 대상도 안 된다. 중규직은 법적 구제도 못 받는 평생 비정규직으로 전락해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1단계가 고용안정을 우선하는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면 2단계는 차별이 시정되는 온전한 정규직화다. 무기계약직을 제대로 된 정규직으로 개선하기로 한 서울시 노동정책 2단계 발전계획은 향후 우리나라 노동정책의 기준을 제시했다.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완성하는 후속대책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문제삼고 있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지나치다.

불평등 양극화 극복은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저임금을 받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 요구다. 사회적 공감대도 폭넓다.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가야 소득주도성장도 가능하다, 서울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서 모범을 보여왔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고 있고 중앙정부 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의역에서 안전문을 수리하다 숨진 김군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작업을 하다 목숨을 빼앗긴 김용균씨 모두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였다.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화는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작년에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논란이 뜨거웠다. 당시에도 실체는 없거나 모호한 채 친인척 채용비율을 근거로 추측과 예단만 난무했다. 여러 정규직화 심의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이런 사태를 염두에 두고 이전보다 더욱 엄밀하게 절차를 밟아 정규직화를 시행하곤 했다. 이제는 소모적 논란을 매듭지어야 할 때다. 서울교통공사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의 본래 목적을 반영해 시정돼야 한다. 정규직 전환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다면 고치면 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근본 취지와 성과가 왜곡되거나 폄훼돼선 곤란하다. 주객이 뒤바뀌면 안 된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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