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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황종택의신온고지신] 무가지보(無價之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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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말과 글로 의사를 교환한다. 세계에는 약 3000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말을 기록하는 자신의 글자를 가진 민족은 많지 않다. 한글의 우수성은 모든 소리를 그대로 발음하고, 또 발음 나는 대로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 중 세종대왕이라는 창제자와 창제년도가 명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문자이다. 이러한 한글의 특성은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해마다 세계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에게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줄 정도로 인류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백성을 위해서 만든다는 창제정신이 돋보인다. 애민(愛民)이다. 춘추시대 제(濟)나라의 명재상 안자의 어록을 담은 안자춘추(晏子春秋)는 백성 사랑에 대해 이렇게 가르친다. “뜻은 백성을 사랑하는 일보다 더 높은 것이 없으며, 행동은 백성을 즐겁게 해주는 것보다 더 두터운 게 없다(意莫高於愛民 行莫厚於樂民).”

그 한글 창제의 진수가 바로 ‘훈민정음 상주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창제 동기, 의미, 사용법 등을 소개하고,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 즉 무가지보(無價之寶)로 불릴 정도로 귀중하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 보물을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송사에 휘말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경북 상주에 거주하는 배익기씨가 2008년 7월 기존 간송본 외 또 다른 해례본을 찾아냈다고 공개해 존재가 알려졌다. 그러나 배씨가 소장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11년째 행방이 묘연하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귀한 가치를 알고 문화재청에 신고했던 최초 문화재 발견자인 배씨에 대한 명예회복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적절한 보상 등 해결책 마련을 위해서 능동적인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그럼으로써 세계 인류에 한글을 통한 문맹 퇴치는 물론 우리말이 ‘세계공통어’가 되는 데 하나의 기초가 되길 기대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無價之寶 :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라는 뜻.

無 없을 무, 價 값 가, 之 갈 지, 寶 보배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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