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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스타벅스에서 NBA까지…중국, 돈줄로 '비판 옥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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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무역전쟁 등 자국 정부에 비판적 ‘외국산’에 보이콧

‘돈줄 거머쥔 거대시장’ 무기 삼아 압박…일부 기업선 굴복

남중국해 영유권 소송·센카쿠 열도 갈등 때도 ‘집단행동’

경향신문

중국인들이 자국 정부에 비판적인 외국 스포츠리그, 외국산 제품들에 대해 잇단 보이콧 운동을 벌이면서 힘을 과시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글로벌 커피 체인 스타벅스부터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 중계 거부까지 보이콧 대상은 다양하다. ‘거대시장’ 중국의 압박을 받은 기업 등이 굴복하는 사례도 반복된다.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올 들어 홍콩의 반중 민주화 시위까지 겹치면서 중국 내 민족주의가 더 거세지고 있는 탓에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은 10일(현지시간) 중국 대 NBA라는 헤드라인을 뽑고 최근 갈등 양상을 정리하는 뉴스를 계속해서 내보냈다. NBA팀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 대릴 모리가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고 쓰고, NBA 애덤 실버 총재까지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한 것에 대해 중국이 집단 반발하는 상황을 보도한 것이다. 실제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지난 8일 앞으로 NBA 경기 중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며 로키츠를 후원하는 중국 기업들이 절연을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NBA 시청자는 연간 5억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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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체 애플도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 중국의 압박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애플은 이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구매 플랫폼인 앱스토어에서 홍콩 경찰의 위치를 알려주는 앱 ‘HK맵라이브’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이 앱이 앱스토어의 취지와 다르게 앱 사용자들에게 폭력시위를 부추기는 등 공공안전을 해치고 현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전날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애플의 ‘HK맵라이브’ 유지 결정을 강하게 비판한 뒤 취해진 조치인 만큼 중국 내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마트폰 아이폰 제조사이기도 한 애플로서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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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스타벅스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스타벅스는 직전 해까지 중국 내 매장 수를 연평균 7%씩 늘려왔지만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그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하락했다. 당시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중심으로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급속히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이란제재법 위반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을 때 중국 소비자들은 캐나다산 거위털 패딩 불매운동에 나섰다. 그 여파로 ‘캐나다구스’의 주가는 2주 만에 20%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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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과거에도 자국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막강한 구매력을 무기 삼아 맞섰다. 2016년 7월 유엔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소송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일축하고 필리핀 손을 들어주자 필리핀산 망고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다.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까지 나서 판매품목에서 필리핀산 망고를 제외하며 보이콧에 동참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그해 10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고 나서야 사태가 일단락됐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맹방이었던 미국과의 관계를 끊고 남중국해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고, 그제야 망고를 비롯해 필리핀산 열대과일 수입 금지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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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중국의 경고에도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3개 섬 국유화를 밀어붙이자 그해 9월 중국 전역에서 반일시위가 일어났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의 판매점, 전자기기 업체 파나소닉의 부품 공장 등이 시위대의 주된 공격 대상이었다. 도요타 공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직원이 머리를 둔기로 맞아 반신불수가 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전국적인 불매운동으로 일본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한달 새 절반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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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집단 보이콧이 처음 이목을 끈 시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직전이다. 당시 프랑스 소매업체 까르푸 매장을 대상으로 이용 반대시위와 기물파손이 잇따랐다. 까르푸의 최대주주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이 소수민족 티베트족의 정신적 스승인 달라이 라마를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 여론을 자극했다.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정부는 ‘중국통’인 장피에르 라파랭 전 총리를 특사로 보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만나게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외부에 맞선 중국인들의 일사불란한 대응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치·사회적으로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은 중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있다. 실제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시장개방으로 중국에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꿈은 중국 정부의 성공적인 선전정책에 막혀 무너져버렸다고 지적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중국이 미국에 유일하게 맞서는 세계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는 모습을 목격한 젊은층의 민족주의 성향이 유달리 강하다고도 분석했다.

문제는 이같은 집단행동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보이콧이 번번히 성과를 내는 상황을 목도했고, 중국 정부도 은근히 부추키고 있다. 게다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중국이 집단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가 중국 보이콧이라는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다만 중국도 민주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인만큼 시간이 갈수록 이같은 집단행동은 잦아들 것이라는 낙관론적 전망도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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