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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샐러리맨 노벨상 신화' 산실…소재 강국 꿈꾸는 日문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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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명예 연구원 수상

기업인으로는 4번째

안정적인 연구 존중…원천기술 주력 日 기업 문화 한몫

헤럴드경제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요시노 아키라가 9일 수상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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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요시노 아키라 일본 아사히카세이 명예 연구원이 2019년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본은 24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이번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아키라 연구원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특히 과학계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의 기업 연구원이 노벨상을 받는 사례는 이번이 네 번째다. 이들은 기업에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천 기술 R&D 주력…연구자-기업 동반 성장= 아키라 연구원은 1972년 교토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한 기업 연구원 출신이다. 그는 아사히카세이에서 배터리 기술개발 담당부장, 이온 2차 배터리 사업 추진실장 등을 거쳤다. 박사 학위는 2005년이 돼서야 취득했다.

아키라 연구원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게 된 데는 개개인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일본 중소·중견기업의 자유로운 문화 영향이 컸다. 특히 그가 다녔던 아사히카세이는 ‘도전 정신’을 회사를 키우는 핵심 엔진으로 삼았다. 이로 인해 그는 입사 이후 30여년간 줄곧 리튬 이온 배터리 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대학이 아닌 기업이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시스템을 운영해온 것이다.

그는 9일 아사히카세이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81년 때부터 리튬 이온 배터리 개발에 관한 기초 연구를 시작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극을 탄소화합물로 만들어 폭발 위험을 해결한 배터리를 만들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 연구가 필요했다”라며 “기업 연구원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아키라 연구원에 앞서 지난 1973년에는 도쿄통신공업(현 소니) 연구자인 에사키 레오나가 물리학상을 받았고, 2002년에는 시마즈제작소의 기술자였던 다나카 고이치가 화학상을 받았다. 이어 2014년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도 니치아 화학공업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청색 LED를 개발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들이 재직한 회사 모두 원천 소재·장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R&D(연구개발) 투자에 공을 들여온 장수회사다. 정밀기기 제조업체인 시마즈제작소는 일본 근대화 시기에 일찍 선점한 과학기술을 갈고 닦아 일본 최초의 의료용 X선 촬영기기를 개발해냈다. 니치아 화학공업은 세계 1위 LED 기업으로 양극재를 국내 배터리 기업에 일부 납품하고 있다.

▶기초과학 뿌리는 메이지 유신…“한 분야 꾸준히”= 아울러 일본에는 국내에서 자유롭게 연구하면서 후학으로 양성될 수 있는 뿌리 깊은 연구 풍토가 있다.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대부분이 국내파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한다.

실제로 일본의 노벨과학상 전체 수상자 24명 가운데 20명이 일본 국내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특히 이들이 박사 학위를 취득한 대학원은 전부 국공립대학교다.
헤럴드경제

[직접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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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아키라 연구원도 모든 학위를 일본에서 받았다. 그는 교토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오사카대에서 엔지니어링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상 공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 개발까지 유학도 안 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일본의 기초과학 밑바탕에는 18세기 중반 메이지 유신 때 영국·독일·프랑스에 간 수백 명의 젊은 일본 연구자들의 학맥과 연구 풍토가 지금까지 기업과 대학에 이어져 내려왔다는 배경이 있다”라며 “일본은 현대과학의 시작과 함께 그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 나라”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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