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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부동산 규제 피해… 서울서 거제·울산 '원정투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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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고 있는데, 창원과 울산 투자를 저울질 중입니다."

지난 2일 경남 창원지역 부동산을 주제로 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최근 울산을 거쳐 창원 부동산 곳곳을 다녀왔는데 인기 지역 아파트 매물은 씨가 말랐고, 다른 신축들도 거래량이 늘어나는 모양새"라며 "부동산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서울 등 외지에서 투자자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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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투자 모임 성격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처럼 지방 부동산 투자를 위해 직접 임장(현장을 답사하고 시세를 파악하는 행위)을 하거나 투자를 했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조선업 침체와 주택 공급 과잉 여파로 수년간 집값이 하락했던 경남 거제, 창원, 울산 등의 지방 도시에서 서울 투자자들의 원정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서울과 분당, 과천 등 수도권 지역의 투자 길이 가로막히자 서울 투자자들이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비규제 지역 지방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방에서 주택 사는 서울 사람 늘어

9일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 매매 거래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경남도와 울산광역시 등 동남권 지방에서 서울 거주자들의 주택 매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1~8월까지 경남에서 거래된 주택 가운데 서울 사람이 매수한 경우는 총 58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96건)보다 47.7% 증가했다. 올 들어 경남 주택 매매 거래량은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줄었는데, 서울 사람들의 집 쇼핑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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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거제에서 집을 산 서울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서울 사람들의 거제 주택 매입은 작년 1~8월 24건에 그쳤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50건으로 6배가 됐다.

울산의 상황도 비슷하다. 중구 재개발 지역과 남구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서울 투자자들의 울산 주택 매입 거래가 작년보다 34% 증가한 114건을 기록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부산, 대구 등의 부동산 법인에서 가격이 크게 떨어진 주택이나 미분양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들였다" "버스를 대절해서 온 사람들이 단체로 아파트를 하나씩 계약하고 갔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집값 바닥론 확산, 조선업 회복세

전문가들은 이 지방들에서 3년 넘게 약세를 보였던 집값이 최근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서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 집값은 3년 4개월째 하락하면서 아파트의 경우 그동안 17% 가격이 내렸다. 지난 3년간(2016년 9월~2019년 9월) 거제 아파트 값은 30% 넘게 빠졌고, 창원과 울산 아파트 가격도 각각 22%, 16% 하락했다. 집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불과 수천만원의 자금만 투자해 갭 투자(전세 안고 주택 매수)를 위한 저점 매수를 하려는 서울 사람들이 유입된 것이다.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지방 원정 투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추연길 세무사는 "서울 등 규제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담이 가중되고 대출도 제한을 받지만, 비규제 지역 지방 주택에서는 이런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여러 채의 주택을 매입한 후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 들어 조선업 수주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역 경제가 꿈틀대고 있고, 울산 등의 경우 그동안 침체됐던 부동산 경기 탓에 신규 주택 공급이 당분간 크게 줄어드는 점 등도 집값 상승을 염두에 둔 주택 매입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거제와 울산에서는 이 같은 외부 매수세 증가 등에 힘입어 아파트 값이 지난 3월과 지난달 말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들썩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섣부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은 재개발이나 교통망 개발 등 호재에 따라 지역별로 부동산 시장의 체감 온도가 크게 다른 데다, 신축이나 준신축 위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일부 지방의 집값이 오르고 있는 현상은 전반적인 상승세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lss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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