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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고우석시리즈’ 만든 고우석, 4차전도 LG는 사이렌이 울린다 [준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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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2019 KBO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는 ‘고우석시리즈’로 흘러가고 있다. LG트윈스 마무리 고우석(21)이 시리즈를 들었다 놨다 하기 때문이다.

LG가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사회생했다. LG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2로 승리했다. 1, 2차전을 내리 패하며 탈락위기에 놓였던 LG는 한 숨 돌렸다. 그리고 9회 LG의 뒷문을 지킨 이는 1, 2차전과 마찬가지로 고우석이었다.

사실 1, 2차전 뒷문을 고우석이 지켰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지키지 못했다가 팩트(fact)이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으며 2차전에서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못 맞고 서건창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두 경기 모두 LG는 끝내기 패배를 당했고, 그 과정에 고우석이 있었다.

매일경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19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고우석, 유강남이 경기에 승리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특히 2차전에서 서건창에 적시타를 맞은 뒤에는 이정후에 안타, 제리 샌즈에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그리고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송은범과 교체됐다. 류중일 감독은 “이틀 연속 아픔을 주기 싫었다”고 교체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3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 나온 고우석도 “지난 2패는 내 지분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그 동안 마음고생이 컸을 터. 올 시즌 시작부터 마무리를 맡은 투수도 아니다. 그는 이제 갓 3년차에 접어드는 신예였고, 중압감과 부담감을 받아들이기에는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잠은 잘 오더라. 잘 잤다. 그동안 속이 뭔가 답답하고 그러지는 않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사실 이날 9회도 위기 상황이 만들어졌다. 고우석은 선두타자 김하성을 볼넷, 송성문을 사구로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지영이 희생번트를 성공했다. 동점주자 2명이 득점권 위치로 진루했다. 그리고 대타 박동원을 상대했다. 슬라이더 4개를 연속해서 던졌다. 고우석은 “(유)강남 형은 빠른 공 위주로, 잘 던질 수 있는 공 위주로 사인을 냈는데 오늘은 내 계획을 갖고 임하고 싶었다. 형이 내 요구를 잘 받아줬고 잘 막아줬다”고 말했다.

박동원의 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뻗어나갔고, 맞는 순간 고우석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타구는 중견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3루주자 김하성은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면서 불안감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김혜성은 우익수 플라이였다. 고우석은 마침내 가을무대에서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고우석은 지난 두 경기 실패를 통해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려 노력했다. 그가 3차전에서 웃을 수 있던 큰 힘이었다. 그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나도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내 제구가 부족했고 타자가 대응을 잘했다, 팀에는 미안하지만 (스스로) 납득할 수는 있었다. 3차전 때 꼭 기회가 한번 더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3차전 세이브로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고우석은 “내일(10일) 4차전에도 충분히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LG가 앞서거나 박빙의 상황이면 잠실야구장에는 사이렌이 울리게 된다. 다만 1, 2차전 그에게 아픔을 준 박병호와 다시 만날 경우에는 계속 전매특허인 돌직구로 승부할까. 고우석은 “타자의 타이밍을 조금 더 봐야하고, 강남이 형이 잘 알고 믿고 들어갈 것이다. 가장 자신있는 공으로 승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워낙 잘 맞아서 피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정면승부가 아니더라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깨우친 것이다. 가을야구를 통해 고우석도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는 확실히 고우석시리즈가 되고 있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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