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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신박하고 사랑스러운 우리의 ‘판소리 복서’ [솔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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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판소리 장단에 맞춰 복싱을 하는 복서가 있다. 번개 같은 주먹으로 바람을 가르는 ‘판소리 복서’는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정혁기 감독의 단편영화 ‘뎀프시롤: 참회록’(2015)을 장편화한 ‘판소리 복서’는 과거 실수로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 분)가 든든한 지원군 민지(이혜리 분)를 만나 잊고 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생애 가장 무모한 도전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병구는 소싯적 복싱 챔피언 유망주로 촉망받던 전직 프로 복서다. 그러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컸던 탓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복싱협회에서 제명되고 만다. 병구의 허물을 덮어주는 이는 오직 박관장(김희원 분)뿐, 그의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병구는 다시 한번 링 위에 오르는 자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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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소리 복서’ 포스터 사진=CGV아트하우스


그러나 현재의 병구는 이전과 달리 어딘가 어리숙하기만 하다. 반삭발을 하고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채 강렬한 눈빛을 발산하는 병구는 어디에도 없다. 뇌세포가 손상되는 ‘펀치드렁크’ 때문이다. 병구의 펀치드렁크 증후는 갈수록 심해지고 약에 의존하는 일상을 살게 되지만, 글러브를 다시 끼겠다는 그의 꿈은 변함없이 또렷하다.

병구의 허드렛일 중 하나는 전단지 붙이기다. 바로 이 전단지를 매개로 병구와 민지가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이로 발전한다. 특히 민지는 병구가 판소리 복싱을 완성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돕고, 병구도 제 나름대로 혼신의 힘으로 민지의 꿈을 지지한다.

결국 ‘판소리 복서’는 잊혀져 가는 것들을 상기하는 영화다. 재개발 지역에 속한 허름한 체육관, 디지털에 밀린 필름 카메라, 그리고 병구와 민지의 꿈. 다시 링 위에 오르겠노라 다짐한 병구의 분투는 저 멀리 사라져가는 기억을 끝끝내 붙잡고, 작은 결실로 이어진다. 저마다 잊고 있던 무언가를 품고 있던 관객들은 병구의 모든 것에 공감으로 얽힐 수밖에 없다. 9일 개봉.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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