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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을N여기] 선현들의 발자취, 가을 서원에서 느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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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손님을 맞는 경북 영주시 소수서원. 가을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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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서원. 옛날 학자들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학문의 정신을 이어갔던 곳이다. 등재 소식은 진작에 들었지만 서원 여행을 아끼고 아낀 이유가 있다. 선조들의 멋과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서원은 무더운 여름날보다 고즈넉한 가을이 더 잘 어울리는 여행지이니까. 차분한 가을 여행을 계획한다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서원 9곳도 선택지에 올려두자.

◆ 소수서원

소수서원(사적 55호)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사액서원은 나라에서 지원하는 사립대학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소수서원 입구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손님을 맞는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세우고, 소나무 1000여 그루를 심었다. 그 가운데 150여 그루가 아직 남아 있다. 강의가 펼쳐지던 강당 정면에 '백운동', 내부에는 '소수서원' 현판이 걸려 있다. 소수서원에서 백운교나 죽계교를 건너면 소수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소수박물관은 성리학과 선비 문화를 조명한 곳으로 소수서원에서 보관하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 남계서원

덕유산과 지리산 줄기를 품은 경남 함양은 예부터 선비의 고장으로도 불렸다.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안동에 퇴계 이황이 있다면 함양에는 일두 정여창이 있다. 남계서원(사적 499호)은 정여창의 위패를 모신다. 서원 출입문 역할을 하는 풍영루 2층에 오르면 백암산 자락이 한눈에 잡힌다. 명성당은 유생이 모여 학문을 논하던 강당으로 그 뒤쪽에 정여창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다. 앞쪽에 공부하는 공간을, 뒤쪽에 제사 지내는 공간을 배치한 전학후묘 구조는 이는 남계서원이 최초였고, 이후 서원 배치 형태의 본보기가 됐다. 경남 함양군 수동면 남계서원길.

◆ 옥산서원

옥산서원(사적 154호)은 회재 이언적을 기린다. 옥산서원에 가거든 편액을 유심히 보시길. 강의와 토론이 열리던 구인당 처마에 걸린 '옥산서원' 편액은 추사 김정희, 대청에 걸린 '옥산서원' 편액은 문신이자 명필 이산해가 썼고, 마루 안쪽에 걸린 '구인당' 편액은 '무변루'와 함께 한석봉의 글씨다. 옥산서원에는 보물급 문화재가 많다. 국보 '삼국사기' 본질 9책 50권이 옥산서원유물관에 있지만, 열람이 불가능하다. 또 '동국이상국전집'을 비롯한 고서 4000여 권을 포함해 무형 유산과 기록 유산 6300여 점이 있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길.

◆ 도산서원

도산서원의 출발은 퇴계의 도산서당이다. 이황은 1557년 도산서당을 열기로 마음먹고 뒤에는 산이, 앞에는 낙동강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을 골랐다. 서당을 짓는 데 4년 가까이 걸렸다. 도산서당에는 퇴계의 꼼꼼한 설계와 철학이 담겼다. 방과 마루, 부엌이 모두 단칸이다. 퇴계 선생의 소박함이 드러난 대목이다. '도산서당' 현판 역시 퇴계가 썼다. 도산서원은 도산서당 바로 뒤에 위치한다. 도산서원의 핵심 건물 전교당(보물 210호)은 유생이 모여 공부하던 강당이다. 선조가 하사한 '도산서원' 사액 현판이 이곳에 걸렸다. 한석봉의 글씨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길.

◆ 필암서원

필암서원은 전체적으로 아담하다. 홍살문 옆엔 200년 된 은행나무가 지키고 섰다. 확연루는 서원의 출입문으로, 선비들이 시를 지으며 쉬던 건물이다. 2층에 앉아 내다보면 드넓은 들판이 눈에 든다. 확연루를 지나 유생이 공부하던 청절당이 나온다. 이곳에 바로 보이는 곳이 유생들의 생활공간인 진덕재와 숭의재가 보인다. 청절당 건너편엔 경장각엔 정조가 쓴 편액이 달려있다.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로.

◆ 도동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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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도동서원.


달성 도동서원(사적 488호)은 동방5현 중 김굉필을 모신다. 이곳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도포 자락 여미고 겨우 오를 수 있는 계단과 고개를 숙여야 들어설 수 있는 소박한 문이 눈에 띈다. 도동서원으로 향할 때 다람재를 그냥 지나치지 말자. 다람재는 도동서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명당이다. 오른쪽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왼쪽 나지막한 언덕을 따라 서원의 기와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도동서원 멋의 진수는 중정당 기단이다. 전국의 제자들이 스승을 추모하기 위해 저마다 마음에 드는 돌을 가져와 쌓았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구지서로.

◆ 병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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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병산서원.


안동 병산서원(사적 260호)은 우리나라 서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앞으로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고, 뒤로는 병산이 푸른 절벽처럼 펼쳐진다. 서원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림 같은 풍경을 고스란히 건물 안으로 들여놓았기 때문. 만대루 앞에 서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7칸 기둥 사이로 강과 산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마주 선 사람도 진초록 풍경이 된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과 그 아들 류진을 모신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길.

◆ 무성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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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 무성서원.


정읍 무성서원(사적 166호)은 신라 말 학자 고운 최치원의 위패를 모신다. 무성서원은 최치원이 태산군(정읍 지역의 옛 지명) 태수로 부임해 선정을 베풀고 떠나자 백성이 세운 생사당(生祠堂) 태산사가 뿌리다. 생사당은 감사나 수령의 선정을 찬양하기 위해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부터 제를 올리는 사당을 뜻한다. 1696년(숙종 22) 사액 받아 무성서원이 됐다. '서원' 하면 풍광 좋은 자연을 떠올리지만 무성서원은 여느 서원과 달리 마을에 있다. 신분 차별 없이 학문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무성서원의 의지를 보여준다. 전북 정읍시 칠보면 원촌1길.

◆ 돈암서원

논산 돈암서원(사적 383호)은 사계 김장생 사후 3년 되던 1634년(인조 12)에 후학들이 창건했다. 사계 김장생은 율곡 이이의 학풍을 이어받은 기호학파(당시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성리학 학파)로, 무엇보다 예를 중시했다. 여러 문헌에서 의식 예절을 정리하고 후학을 양성했다. 돈암서원은 해마다 지역 유치원생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숭례사는 '예를 숭상하다'라는 뜻으로, 사계 김장생부터 그 제자인 신독재 김집,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의 위패를 차례로 모셨다. 충남 논산시 연산면 임3길.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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