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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뉴욕타임스 트래블] 美 시카고江 따라 보트 유람…건축의 역사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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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시카고를 찾은 관광객들은 투어 보트를 타고 시카고 강을 따라 다양한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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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어느 여름날 시카고.

일단의 사람들이 시카고강을 따라 들어선 건축 명작들을 지나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 분주한 '와커 드라이브'를 건너야만 했다. 이들은 '시카고건축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다. 배 위에서 가이드는 1924년 완공된 '화이트 테라코타 리글리 빌딩'과 베르트랑 골드버그가 1967년 설계한 거대 옥수수 모양 '마리나 시티 타워' 등과 같은 랜드마크를 가리켰다.

이 인스타그램스러운 관광 일정은 트립어드바이저가 선정한 시카고 최고 명소 프로그램으로, 이전부터 '시카고건축재단'이라는 비영리기관이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건물은 현대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판 데어 로에가 설계했는데, 지난가을 '원 일리노이 센터'가 있는 북쪽으로 8블록 이전한 후 이름을 '시카고건축센터'로 바꿨다. 이곳은 강변에 위치한 뛰어난 경관과 전 세계에 시카고 디자인 스토리를 전하는 플랫폼으로 유명하다.

린 오스먼드 시카고건축센터 대표는 "센터는 크루즈 선착장 건너편, 루트비히가 마지막으로 설계한 빌딩이다. 이곳이 바로 시카고라는 도시가 출발한 포트 디어본"이라며 건물의 지리적·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 '부르즈칼리파'급 초고층 곧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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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리버에 위치한 마리나 시티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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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건축센터는 새로운 보금자리에 문을 열기 전부터 연간 약 70만명 규모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이동으로 센터 기능은 더욱 확대됐다. 건축 투어의 시작점일 뿐만 아니라 9000제곱피트(기존 1600제곱피트) 규모 갤러리가 됐다. 이 공간은 시카고를 디자인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전시 범위는 자원 보존부터 세계적 고층건물 디자인까지 다양하다.

센터 정문 옆에는 40피트(약 12m)짜리 '제다 타워' 모형이 있다. 실제 제다 타워는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에이드리언 스미스가 설계한 세계 최초 1㎞ 높이 빌딩으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올라가고 있다. 제다 타워 모형은 26피트 높이 천장을 지나 2층 갤러리 바닥을 뚫고 올라와 있다. 탁 트인 창문 벽면 고층 갤러리에는 오하이오, 영국 등에서 온 방문객들을 비롯해 건축학도들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뉴욕의 우아한 '크라이슬러 빌딩' '거킨(Gherkin)'이란 별명을 가진 노먼 포스터의 '런던 타워' 등 전 세계 상징적 고층 건물 모형이 전시돼 있다.

오스먼드 대표는 1885년 지어진 세계 최초 근대식 고층건물 '홈 인슈어런스 빌딩'(현재는 철거됨)을 언급하며 "지금 시카고에는 없지만, 시카고는 고층건물을 발명한 곳이고 지금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완공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도 말했다. 이 건물 역시 시카고 기업인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의 건축가 스미스가 디자인했다.

◆ 물결 외관에 감탄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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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이 시작되는 1층에서는 도시의 발전을 보여주는 멀티미디어 쇼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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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은 1층에서 시작되는데, 이곳에서는 도시의 발전을 보여주는 멀티미디어 쇼가 펼쳐진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4000여 개 모형 건물로 가득한 시카고의 3D 축소판이다.

쇼는 연회색 빌딩 중앙부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는 드라마틱한 조명을 통해 1만7000여 개 건물을 불태운 1871년 '시카고 대화재'를 보여준다. 이 화재는 20세기 새로운 미학으로 시카고를 재건한 건축가들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쇼는 '존 핸콕 센터'와 '윌리스 타워' 등과 같은 인기 있는 스카이라인을 등장시키고 대니얼 버넘, 루이 설리번 등 과거 유명 건축가를 보여준다. 또 지역 디자인, 단층과 복층 스타일 주택 양식에 초점을 맞춘 전시품을 비롯해 산업, 도시 계획, 미시간호 같은 천연자원을 중심으로 도시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게 해준다. 오스먼드 대표는 "방문객들이 시카고 도시 계획의 힘을 알고 돌아가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도시를 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용적 관점에서 새로운 본사는 시카고건축센터가 제공하는 실내외 투어 프로그램에 집중한다. 센터는 박물관 전시뿐만 아니라 많은 투어 프로그램들의 중심 역할을 한다. 도보 투어 75개, 버스와 자전거, 시카고 'L' 철도로 진행하는 투어 20개, 길 건너편에서 출발하는 보트 프로그램 등이 있다. 도보 투어는 리글리 빌딩 등 시카고 필수 코스부터 현대적 마천루 건물을 둘러보는 등 그 범위가 다양하며, 대부분 90분가량 진행된다.

아일린 제이컵스라는 도슨트가 진행하는 26달러짜리 '시카고 건축: 시간을 걷는 여행'이라는 걷기 투어는 시카고 도시의 기원이 되었던 17세기 모피 무역부터 10만명의 이재민을 냈던 시카고 대화재까지 역사를 빠르게 훑어준다. 그녀는 "경량철골 구조 건축물을 발명한 덕분에 이곳의 '초콜릿 푸딩'과 같은 끔찍한 토양 문제점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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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모양의 비스타 타워는 시카고건축센터의 보트 투어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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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는 시카고건축센터를 중심으로 5블록 이내에서 진행되는데, 다음과 같은 곳들을 지나간다. 건축회사 '랩 앤드 랩'이 디자인한 1928년 은행 정면 다람쥐 문양(돈을 잘 저장한다는 의미), 지금은 '햄튼 인'에 있는 아르데코 시대 '시카고모터클럽' 로비 벽화('홀라버드 앤드 루트'사 디자인), 대공황 이전 부유했던 시대를 보여주듯 겉모양이 샴페인 병처럼 생긴 1929년 '카바이드 앤드 카본 빌딩'.

90분간 일정은 아직 완공되지 않은 '비스타 타워'를 보는 것으로 끝난다. 시카고 건축가 진 갱이 디자인하고 있는 물결 모양 외관은 시카고 건축 디자인의 현재 모습을 대표한다.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9년 9월 2일자 기사
글/일레인 글루삭 ⓒ 2019 THE NEW YORK TIMES
사진/미셸 리트빈 ⓒ 2019 THE NEW YORK TIMES

[정리 = 이지윤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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