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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에 한국 알린 ‘페루의 배구영웅’ 박만복 감독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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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박만복 감독(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012년 한 한국 기업이 페루에서 개최한 사인회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박 감독은 ‘페루의 배구영웅’으로 페루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중남미에 한국을 알리는 데에 큰 공헌을 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80~90년대 페루 여자배구를 세계 정상권으로 이끌며 중남미에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 박만복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주페루 한국대사관과 페루 언론들에 따르면 박 감독은 26일(현지시간)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최근 지병이 악화해 리마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대한항공 감독을 지내던 박 감독은 1974년 페루 여자 대표팀을 맡아 페루로 떠났고, 이후 약체였던 페루 대표팀은 일약 세계 여자배구의 강호로 떠올랐다. 1982년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거뒀고, 1984년 LA올림픽에서는 4위에 오른 것. 여기에 조국에서 열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결승에서 세계최강 소련과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지만, 중남미인들에게 박만복이라는 이름과 한국이 강렬하게 각인됐다. 페루는 박 감독의 지휘 아래 남미선수권대회에서 1977년부터 1993년까지 총 7번 우승을 차지하는 등 남미 최강으로도 군림했다. 2016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배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박감독의 성과로 페루 전역에 배구 붐이 불었다. 페루 초등학교 교과서에 ‘페루에 배구 붐을 일으킨 선구자’로 소개되기도 했던 박감독은 25년간 페루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끈 후엔 페루배구협회 기술총감독과 고문 등을 맡으며 최근까지 배구계에서 활동했다. 페루 한인회를 설립해 7차례 한인회장을 지내는 등 페루 한인사회에도 큰 기여를 했다. 주페루 대사관 관계자는 “중남미에서 박 감독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현지인들에게 더 유명한 분이셨다”며 “페루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페루 현지언론은 고인의 부고를 전하며 “페루 배구계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체가 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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