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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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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저니맨 펠리페 "한국에서 부르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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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정말 좋아해요. 한국에서 부르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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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게 된 펠리페. [사진 우리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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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공격수 펠리페 안톤 반데로(31·등록명 펠리페·브라질)는 한국 프로배구의 대표적인 저니맨(journeyman)이 되고 있다. 여러 팀으로 자주 이적하는 선수를 이르는 말이다. 펠리페는 V리그에서 3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매 시즌마다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17~18시즌은 한국전력, 2018~19시즌에는 KB손해보험에서 뛰었고 2019~20시즌에는 우리카드에 자리를 잡았다.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아이라 클라크(44·미국)가 한국 프로농구에서 6개 팀을 뛴 것을 빗대, 펠리베는 '배구계 시계형님'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클라크(Clark)는 영어 단어 클락(Clock·시계)과 발음이 비슷해 국내 농구 팬들에게 '시계'라고 불린다.

2017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선발 테스트)에서 4순위로 한국전력에서 활약했던 펠리페는 코보컵 2연속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MVP) 상을 받았다. 정규시즌에는 득점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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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천안 넵스 프로배구 컵대회 MVP에 오른 한국전력 펠리페.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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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에도 트라이아웃을 신청했지만 V리그의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언젠가 한국에 다시 돌아가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KB손해보험이 뽑은 알렉산드리 페헤이라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대체 선수로 돌아왔다. 그리고 득점 5위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펠리페는 올해도 트라이아웃에 등장했다. 재계약이 가능한 선수들은 보통 트라이아웃 둘째 날부터 나오는데, 펠레페는 지난해에도 올해도 첫날부터 일찌감치 경기장에 나왔다. 그러나 펠리페는 또 뽑히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한국에 돌아올 것을 꿈꾸며 우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팀과 계약했다.

펠리페의 V리그에 대한 열망은 실제로 이뤄졌다. 우리카드가 계약한 특급 외인 리버만 아가메즈(콜롬비아)가 허리 통증으로 일찍 짐을 쌌다. 이어 영입한 제이크 랭글로이스(미국)가 기대 이하의 공격력을 보여주자,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으로 펠리페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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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9시즌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공격하고 있는 펠리페.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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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펠리페는 검증된 선수다. 시즌 중에는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아서 고민 끝에 검증된 펠리페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V리그는 정규리그 개막 전에는 외국인 선수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 시즌 개막 후에는 외국인 선수 교체를 2회로 제한한다.

우리카드 주전 세터 노재욱은 "외국인 선수가 두 번이나 교체됐지만, 아직 시즌 개막 전이라 다행이다. 짧은 기간이라도 함께 손발을 맞춰보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면서 "펠리페와 훈련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빠르게 공을 올려주는 걸 좋아하더라. 계속 더 빨리 달라고 한다. 더 호흡을 맞춰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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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배구단은 25일 인천 송도의 경원재에서 정원재 구단주(오른쪽) 등과 선수들과 함께 2019~20시즌 출정식을 가졌다. [사진 우리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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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만난 펠리페는 "올해 트라이아웃에서 지명받지 못했지만 속상하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한국에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아부다비 팀에서 펠리페의 이적을 달가워 하지 않았지만, 펠리페는 바로 짐을 쌌다. 그는 "아부다비 팀에는 미안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뛴 2년 동안 배구 실력이 많이 늘었다. 다들 한국식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 않나. 배구 경력을 위해 한국에 꼭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이적 동의서(ITC) 발급받지 못했다. 우리카드 구단은 V리그 개막일인 다음달 12일까지 ITC를 받을 예정이다.

펠리페는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추운 겨울 날씨도 좋고, 불고기도 좋아한다. 그런데 이렇게 또 오게 된 것을 보면 우리카드가 내 운명인 것이 분명하다"며 웃었다. 펠리페에 대한 구단의 기대는 크다. 정원재 우리카드 구단주는 "지난 시즌에 3위로 봄배구를 했다. 올해는 우승도 할 수 있다. 특히 새로 온 펠리페 덕분에 잘 될 것"이라고 했다. 펠리페도 "이번 시즌에는 우승 트로피를 들고 난 후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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