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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MT리포트]셰일혁명 오는데…나프타 베팅한 韓 화학 생존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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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황시영 기자] [드론 테러로 앞당겨진 美 셰일 패권]"나프타 발 다양한 소재생산에 희망"..합작 다변화에도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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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의존도 95%(한국) vs 셰일가스 의존도 85%(미국)'

국내 석유화학업계 고민은 이 한 줄로 요약된다.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은 곧 '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 생산능력이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대부분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납사)를 원료로 에틸렌을 만든다. 반면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셰일혁명을 통해 대량 생산된 에탄을 기반으로 에틸렌을 만드는 ECC(에탄크래커) 공장이 풀가동 중이다.

문제는 셰일 혁명으로 국제유가 주도권이 중동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산 원유를 쓰는 나프타 기반 에틸렌은 셰일가스를 쓰는 에탄 기반 에틸렌 대비 생산 단가가 비싸다. 그럼에도 국내 석유화학사 투자는 대부분 원유를 원료로 하는 나프타 기반이다. 원가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유·석유화학사들이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생존을 위한 절박한 도전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길 있다=2018~2019년 석유화학사들은 18조4000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중 국내에 투자된 15조원은 모두 나프타를 기반으로 에틸렌을 만드는 설비 투자다. 대세로 떠오르는 셰일오일발 에탄을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투자는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 3조4000억원 투자가 유일하다.

국내 기업의 나프타 올인에도 이유는 있다. 석유화학 산업 호황과 정유산업 한계론이 영향을 미쳤다. 정유업 이익률이 정체상태일 때 석유화학 산업은 두 자릿수 이익률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정유사들이 너도나도 화학 사업에 뛰어들었고, 원료 면에서는 정유사업 파트너인 중동 오일 메이저들과 손을 잡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나프타 기반 투자로 에틸렌 외 다양한 화학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셰일가스(에탄) 대비 장점이었다. 그러나 세계 석유화학이 다운사이클로 접어들며 고심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는 해 놨는데 글로벌 경기는 둔화되고 있다.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발 셰일가스 바람이 강풍으로 불어닥쳤다.

현장에선 위기감이 고조된다. 대규모 국내 투자 설비에서 에틸렌이 순차적으로 쏟아져 나올텐데 글로벌 석유화학 수요 증가 속도는 너무 더디다. 미국발 저가 에틸렌의 공습 조짐도 보인다. 에틸렌은 기본적으로 운송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미국 내 수요가 예상처럼 늘어나지 않자 중국 등으로 수출이 시작됐다.

수출 배경엔 가격차이가 있다. 중동 원유를 중심으로 에틸렌을 만드는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직접 생산한 셰일가스에서 에탄을 뽑아 에틸렌으로 만드는 미국 석유화학사들의 생산단가가 훨씬 낮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 여력이 생겼다.

에틸렌 수요 감소와 셰일혁명의 강풍 사이에서 해법은 포트폴리오 확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북미 ECC 기반 에틸렌 공급 증가가 영향을 주겠지만 나프타 기반 NCC에도 에틸렌 외 다양한 화학소재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양한 제품 생산을 통해 투자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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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 등 해법 마련 분주=위기가 목전에 닥친 상황에서 화학사들은 합종연횡을 통한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효율성 제고'와 '사업 확장을 위한 연합'이다. 특정 기업에 한정되지 않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전면적인 움직임이다.

재계 5위 롯데와 8위 GS가 화학산업을 연결고리로 손을 잡았다.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는 올 하반기 합작사(가칭 롯데GS화학) 설립을 마무리하고 여수산단에 8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화학 소재(비스페놀A·C4유분) 공장을 건설한다. 전기전자, 자동차 부품에까지 쓰이는 화학 신소재다. 롯데케미칼이 51%, GS에너지가 49%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롯데와 현대오일뱅크 합작도 의미 있다. 대산공장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중질유분해설비(HPC) 공장을 짓는다.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나프타를 사용하는 기존 나프타 분해 설비(NCC)에 비해 원가 절감 효과가 크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30년 이후 수송용 정유사업의 성장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는 반면 원유의 화학원료용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 한계에 내몰린 정유사들이 기존 사업 및 설비와 연관성이 높은 화학사업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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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cheerup@, 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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